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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2004) 01 - 말뫼(스웨덴)

2004년 7월 20일 화요일


대한항공(KAL: KE 851)을 타고 북경에 도착, 다시 스칸디나비아항공(SAS: SK 996)으로 갈아탔다.  SAS를 선택한 이유는 인천에서 코펜하겐까지 비행시간이 짧았기 때문이다 - 단 북경에서 갈아 탈 경우.  비행기 삯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제일 비쌌고 다음은 유럽 항공사로 한국에 취항하는 경우, 그리고 다음이 SAS였다 - SAS는 한국에 취항하지 않고 영업만 함.  중국항공도 같은 비행시간이지만 좌석 잡기가 어려웠고 - 코펜하겐은 중국 관광객 천지임 - 그건 제일 싼 곳인 타이항공도 마찬가지였다.  러시아항공은 어떨까 몰라도 대체로 동남아 항공사가 싼 반면 비행시간이 길고 한 밤중에 갈아타야 했다.  일단 유럽 주요 도시에 내려서 나머지 구간은 Ryan Air 나 Maersk Air 같은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는 건 어떨까 궁리도 했지만 중간에 시간이 많이 비고 공항을 옮겨야 한다거나 등등 번거로워 보여 나중을 기약했다.  유럽 항공사의 경우 조기 발권하면 싸기도 한데 여행 출발 몇 달 전에 선불 결제하는 건 좀 마음에 걸렸다.  내 판단으로는 당시 SAS가 최고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다.  확인한 건 아니지만 아마도 덴마크에서 발권하는 경우 취항하지 않는 한국에서 발권하는 가격보다 높으리란 짐작을 해본다.  참고로 SAS로 코펜하겐에 갈 경우 북경 대신 상해나 동경에서 갈아 타는 스케줄도 있음으로 미리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상해도 그렇지만 동경에서 갈아탄다면 비행시간이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도 개인 취향이 드러난다.  선택할 수만 있다면 편의성, 가격, 안 타본 항공사란 변수로 가감한다.  한마디로 난 알뜰 배낭여행자가 아니다.  ^^;;

북경에서 비행기 갈아탈 때 재미(?)있던 일.  단순 통과객임에도 출입국 서류 두 장을 다시 작성하고 여권과 짐을 재검사한 다음 여권에 도장 찍어 통과시킴.  완전한 입국심사였다.  참, 짐표도 확인함.  비행기표에 붙은 화물태그를 말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안내하는 직원을 만날 수도 있다.  뭐, 좀 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출입국 심사는 승객 각자의 몫이다.  잘은 몰라도 알만하다는 나라 중에서 이런 나라는 중국뿐이란 생각을 했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라 사실 기분이 좋지 않았다. 

코펜하겐에 도착한 건 오후 6시 반이었다.  짐 찾아서 바로 공항역에 갔다.  열차를 공항과 연결한 서비스는 참 편리하다.  표를 사서 아래층으로 내려가 - 계단이 아니라 긴 경사로 - 기차를 탄다.  내릴 역은 스웨덴 말뫼의 Malmö Syd 말뫼 쒸:드, 말뫼 남(南)역.  말뫼 중앙역 바로 전이다.  코펜하겐에 가기 전에 좀 혼자 있고 싶어서 가까운 말뫼에 며칠 묵기로 했기 때문이다.  표는 버스에서 살 생각으로 그냥 탔는데 버스운전기사 말이 표는 역에서 사야 한다고 한다 - 지금 생각하니 표 자판기가 있었던 듯 함.  표 사올 테니 잠시 기다려 줄 수 있냐니까 그냥 타란다.  사실 버스에서 사도 되는데 스웨덴 화폐가 없을까 그랬는지, 어쨌거나 그냥 앉아 있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호텔이름을 말하니까 바로 호텔 앞 정류장 이름(Jägersrohill 예거스로우힐? - 스웨덴어는 모른다.  대충 읽으면 잘들 알아들어주니 고마울 따름)을 가르쳐주며 내려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내려 호텔로 들어가 체크인 함. 

묵은 곳은 Best Western Hotel Jägersro, Malmö 라는 호텔로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다.  넓은 방에 방마다 베란다가 있으며 조용하고 깨끗하고 쾌적하다.  영어만 사용하자면 방에 비치한 TV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지만 한글을 써야 한다는 게 문제다.  로비에서 컴퓨터를 쓸 수 있다.  유료였던가?  쓰질 않아선가 기억 안 난다.  이곳을 선택한 이유?  글쎄, 복잡한 시내에 머무는 건 별로고 상대적으로 조용한 작은 규모의 숙소를 선호하는데다 할인프로그램으로 가격도 좋았기 때문이랄까?  일찍 자는 타입이라 밤에 돌아다니는 일 거의 없고 말뫼카드(Malmö Card)를 살 예정이라 교통비 상관없고 버스 타는 것도 관광인지라 한가할 수록 편안하니 할 수 없는 취향이다.  말이 길지만 사실 그냥 싸서 잔 것임.  ㅡㅡ;; 호텔 이름대로 위치가 Jägersro 경마장 바로 옆이다.  원래 비싼 호텔 체인은 아니기도 하지만 경마 시즌이 아니라서 특별요금이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늦은 시간이다.  신용카드로 전화하려다 실패했다.  그래서 먼저 사우나를 하러 나갔다.  호텔방 안내에 무료라고도 하고.  아주 작은 사우나다.  예전 수영장 다니던 생각이 났다.  창문 밖 호텔 뒤뜰에서는 늦도록 아이들이 놀고 있다.  북유럽의 여름은 참 해가 길다.  샤워실로도 뛰어 들어왔다.  녀석들.  사우나실은 그러니까 뭐랄까, 휴게실의 일부로 당구대나 잡지책이 있는 방 등에 연이어 있다.  내 방에 돌아와 TV를 보고 있는데 덴마크에서 S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세상에, 찬찬하기도 하시지.  오랜 비행으로 피곤한 하루.  잠자리에 들었다.

 
- 코펜하겐(Copenhagen)은 영어이름이고 덴마크에서는 쾨벤하운(København)이지만 워낙 코펜하겐이 많이들 아는 이름이라 영어 이름 사용.  베이징 대신 북경이라고 한 것처럼. 

- 덴마크 화폐와 스웨덴 화폐는 서울 외환은행 본점에서 환전했음.

- 아래는 말뫼 남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주변을 찍은 사진들.  터미널처럼 열차역 앞에 버스 별로 여러 정류장이 있음.  시간이 되야 버스문을 열어준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