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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03 - 말뫼(스웨덴)

2004년 7월 2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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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와 스웨덴 말뫼


사진이 오페라 하우스(Malmö Opera och Musikteater / Malmö Opera and Music Theatre)에서 시작한다.  그제서야 기억이 났다.  공원에 가려고 그 앞에서 버스를 내렸었다.  사실 좁은 동네라 우연히 근처였지만, 뭐… ^^;;  건물 앞면의 Glad Sommar(Happy Summer)란 말.  앞마당, Tragos(비극 쯤?)라 이름 붙인 조각상에는 스물 두 명의 벌거숭이들이 달려 있고 문 닫고 놀러 간다는 말과 겹쳐 들으니 그도 일상일 뿐이다.  오페라 하우스 뒤쪽으로 있는 공원이 Pildammsparken(필담스팔켄 쯤?)이다.  말뫼에서 제일 큰 공원이라는데 호수와 수로, 키 큰 나무들과 초원으로 이어진 곳이 참 좋았다.  한 아시아인이 엄청 많은 빵을 곁에 쌓아 놓고는 일일이 갈라 호수로 던져 넣어 새들을 먹이고 있었다.  근데 늘 보던 풍경처럼 익숙하다.  공원에는 온갖 종류의 새들이 있었지만 가장 큰 무리는 예전 ‘닐스의 모험’에서 보던 새들이었다.  기러기라 해야 하나 거위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도 익숙한 그림이다.  Margaretapaviljonen 마가렛 공주 전시관(Pavilion)을 지나 숲을 헤치고 나가면 하늘과 닿을 듯 키 크고 고른 치아처럼 가지런한 나무들이 주위를 두른 둥근 초원에서 갑작스런 침묵을 만난다.  얼마전 나는 깊은 그릇이란 말을 알았고 여기에 그 말을 쓰고 싶다.  속을 비운 그곳에서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원래 배꼽은 생명이 이어진 곳이 아닐는지.  가지런하다는 것도 좋고, 지 멋대로라는 것도 좋고...  크게 인심 쓴다.  ^^

Triangeln에 있는 쇼핑몰에 갔다.  입이 심심해서 슈퍼에 들어갔다.  올리브 절인 게 궁금해 사람 불러 하나 달래선 먹어 보기도 하고 – 무지 짜다는 걸로 치자면 우메보시를 떠올릴만하지만 사각대기보다는 좀 물컹하다고 해야 할까? – 블루치즈를 맛보기도 하고 안 하던 짓 해가며 과일이나 좀 샀다.  여기서부터, 이후 쇼핑몰에서도 본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간장’이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한국말로 간장 그대로다.  더구나 여기선 슈퍼에 있었지만, 그러나 구분한 진열대에서, Hanza 에서는 아예 건강상품 코너에 있었다.  그냥 식품이나 조미료가 아니라 건강상품 말이다.  어째 구박떼기가 딴 나라에서 대접받고 있는 느낌이다.  사실은 이름만 간장이었던 건가?  ^^;;

- 뒤늦게 검색을 해보았다.  Kan Jang 은 몇 가지 약초로 만든 일종의 약으로 주로 감기에 쓴다고 한다.  민간처방인 셈인데 위키백과사전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알려졌다고 한다.  결국 내가 아는 간장은 아니었던거다.  ㅡㅡ;;

말뫼 현대미술관 Malmö Konsthall(콘스트할 Art Hall)
에 갔다.  출출해서 구경 전에 먼저 미술관 간이식당에 들러 차와 케이크를 사먹었다.  미술관 중원 야외 테이블에 앉아 케이크를 갈라 먹으며 이렇게 천리 낯선 곳에서 사랑하고 익숙한 이와 함께 한다는 건 어떤 것일까 문득 궁금하다.  낯선 것은 익숙하고 익숙한 것은 낯설다.  혼자서는 모르던 것을 사람들 속에서 깨닫곤 한다.  외롭다란 건 이런 거구나 하고.      

현대 추상작품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도 주로 평면성을 띤 걸로.  텍스트를 읽는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인문사회학적 공부가 필요하다.  그도 몹시 귀찮아서 그림에서 익숙한 형과 선이 사라지면 정말 마음이 편하다.  색과 질, 공간 등등 몸을 벗어 버린 듯 자유롭지만 묵직하게 마음과 영혼을 흔들 때 정말 울고 싶거나 찔끔 지리거나 마냥 졸리다.  그러다 보면 아침에 도를 들었다고 저녁에 죽어도 좋다 싶지만 똥을 누어도 매일 해야지 몸만 무겁다.  일상에서 배우는 일은 늘 많고 나는 늘 부족하다.  그 어느 것이든 그칠 때가 있으려는가?  아이디어에서 시작해 장인으로 간 것까진 좋았는데 또 길을 잃었다.  외국에서 길을 잃는 건 흔한 일이다.  ^^

과일을 꺼내 먹으면서 어슬렁어슬렁 걸어 다녔다.  사자약국 Apoteket Lejonet 아포테켇 레조넫에 갔다.  유명한 곳이라고도 하고 약사인 매제가 흥미 있어할까 싶어서였는데 근무시간이 인상 깊었다(!).  약국 닫힌 문 앞에서 관광객들이 모여 한마디씩 한다.  그러나 약국 맞다.  ^^;;  정작 약국 구경은 근처 Hanza 쇼핑몰 지하에서 했다.  반대편 방향 Lilla Torg 부근 The Form Design Centre 구경도 괜찮았다.  오랜 건물과 현대 디자인이 함께라는 설정이 좋았다.  내려 걷다 말뫼시 터널 전시 Malmö city tunnel exhibition에 갔다.  한마디로 기존 철도에 도시 지하철을 연결한다는 도시계획을 돈 받고 관람하고 기념품도 사게끔 전시장으로 꾸며 홍보하고 있다.  가려고 해서 간 것도 아니고 – 카드 이용 안내에 써있고 그 근처를 지나기도 해서 혹시나 - 스스로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전시실 바닥에 말뫼 시 전체 항공 사진을 확대해 놓은 건 참 좋았다.  그새 아는 곳이 보인다고 여기저기 짚어 보는 재미가 꽤 있었다. 

Rooseum 현대미술관에 혹시나 하고 갔었지만 역시 문 닫았다.  괜찮아 보였는데...  하지만 덕분에 맛있는 저녁을 S:t Pauli 성 파울리 교회 옆 레스토랑 1 r.o.k에서 먹었다.  개인적으로 담백한 비스트로 Bistro 타입 식당을 선호하는 탓인지 모르겠다.  부자도 아닌 것이 이쯤이면 심하다 하겠지만 내 취향은 주방에 초대받는 것이다.  아무튼 미술관 근처에 식당이 많았는데 그리 내키지 않아서 다리 건너 무심히 걷다 교회 옆에서 우연히 이곳을 만났다.  그때 여는 건지, 잠시 닫고 여는 건지 아무튼 한창 준비 중이었다.  정확한 시간은 기억 안 나는데 언제라고 해서 잠시 교회, 묘지 등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때를 맞춰 식당에 들어섰다.  나 혼자였다.  취향대로 생선(Herring)을 주 요리로 주문했는데 전채요리 appetizer부터 아주 맛이 있었다.  맛이 있어서 다 먹느라 배를 부여잡고서도 결국 후식까지 주문했다, 비록 다 먹지는 못했지만.  다시 가고 싶다.  아주 맛있는 저녁이었다.       

- 말뫼지도는 http://www.skanetrafiken.se (Skåne 스꼬네 지역 교통안내)에서 받은 pdf 지도 파일이 좋았었는데 이번에 보니까 2006/2007년 판은 지도에 단순히 버스 노선 표시만 나와 있다.  교통안내가 필요해서 방문할 때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이 말뫼 시 전체 버스 노선 지도가 영어 안내 페이지에선 없다.

- 말뫼 시 교회 안내 http://www.svenskakyrkanmalmo.se/


< 사진설명 >

  1 -  3  말뫼 오페라 하우스와 조각상 Tragos
  4 -  5  Pildammsparken 찾아가던 거리 풍경 
  6 - 29  Pildammsparken 공원
19 - 23  Margaretapaviljonen(마가렛 공주 전시관)
30 - 36  성 요한 교회
37.........Kan Jang (간장?)
38.........말뫼 현대 미술관 Malmö Konsthall 앞 놀이터
39.........Optimistorkestern(Optimistic Orchestra) – 희망 오케스트라
40 - 46  Hanza 쇼핑몰 & Kronan 약국
47 - 49  사자 약국 Apoteket Lejonet
50.........Lilla Torg
51 - 56  Form Design Centre
57.........Kulan(Ball) - 구체에 올라앉은 상은 Griffin - Gustav Adolf’s Torg
58.........Pienza - Raul Wallenberg’s Park 오른쪽
59 - 60  Rooseum 현대미술관
61 - 63  성 파울리 교회
64 - 67  묘지 풍경
68.........시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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