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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02 - 말뫼(스웨덴)

2004년 7월 21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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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와 스웨덴 말뫼


종일 비가 오락가락했다.  말뫼 중앙역에 있는 관광사무소에서 말뫼 카드를 샀다(예를 들어 24시간 카드로 오전 10시에 카드를 샀다면 다음날 오전 10시까지 24시간 유효함).  시내 관광 버스 출발시간이 좀 남아서 버스 터미널까지 걸어가 보았다.  항구로 커다란 배가 들어오고 있었다.  시간에 맞춰 기다리다 역 뒤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탔다.  물론 말뫼 카드를 이용했다.  안내원이 중요 지점마다 여러 나라 말로 연이어 안내를 한다.  아쉽지만 한국어 안내는 없었다.  비도 오는데 편하기도 하지만 이렇게 한 바퀴 돌고 나면 대충 현실 감각이 생기는 것 같다.  역에 돌아와선 역내 버거킹에서 햄버거 사먹음.  게으른 건 어쩔 수 없다.  ^^;; 

뜻 없어 인쇄물을 다 버리고 와선 난데없이 글을 쓰려다 보니 말뫼시 관광 홈페이지(www.malmo.se / www.malmo.com)를 다시 찾았다.  그저 편하게 사진과 기억에 의존한 글쓰기를 한다고는 해도 무슨 목적이나 계획을 세워 다닌 게 아닌 탓에 되새김질도 여러 가지 도움이 필요하다. 그새 좀 바뀌었는가 말뫼에서 꼭 보아야 할 것 목록을 나열한 항목이 있었다.  목록은 길어 보여도 안내대로 Katrinetorp 카트린 장원 저택과 Öresund 외레쑨:드 다리 외에는 상황에 따라 욕심 내어 걸어볼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단, 절대 무리한 욕심내지 마시길...

그림(말뫼 현대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인용)에서처럼 말뫼 중앙역을 나와 Stortorget 스토이토읻(큰 광장) – Lilla Torg 릴라토리(작은 광장) - Gustav Adolf's Torg(구스타프 아돌프 광장)가 연이어 있고 더 가자면 Triangeln 트리앙옐 - S:t(Sankt 상크트) Johannes 성 요한 교회 등인데 바로 이 도시의 옛모습을 볼 수 있는 지역이다. 

Malmöhus 말뫼휴:스(말뫼성/박물관/미술관), 도서관, Kungsparken 쿵스팔켄(왕의 정원), Slottsparken 슬로츠팔켄(성채공원), Slottsträdgården 슬로츠트레아드고어덴(성채정원), 풍차(Slottsmöllan 슬로트뫼어란) 등은 모두 한 곳에 있다. 

Pildammsparken 공원과 Folkets Park 폴케츠 팔크(인민공원), Ribersborg 리비에르스보리 해변과 Kallbadhuset 칼바드휴:세트, 그리고 Västra Hamnen 베스트라 함넨(서쪽 항구)와 Turning Torso 터닝 토르소는 각각인데 굳이 걷자면 걸을 수도 있을진 몰라도 제법 거리가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시내버스를 타는 게 좋다. 

서쪽 항구과 터닝 토르소는 완공 전이라 시내관광버스로 둘러 보았고 바닷가는 Ribersborg(Ribban 리빠:안)과 Kallbadhuset 를 선택했고 Folkets Park는 놀이공원이라 뺐으니까 거의 돌아본 셈인가?  별 생각 없었는데 이리저리 걷다 어찌어찌 그렇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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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뫼시 중심부 약도



가본 곳 중 추천하자면 크게 세 부분이다.  위 그림대로 광장들과 걷는 길로 이어지는 옛스러운 지역, 수로와  공원들, 그리고 Ribersborg 해변이다.  개인적으로 공원과 Ribban이 좋았다.  해변이 무척 낭만적이었다, 쓸쓸하게도.  하지만 추천.    

역을 나서 좀 걷자 Stortorget 스토이토읻이다.  광장 가운데 동상은 King Karl X Gustav(왕 칼 구스타프 10세)이고 Torg Brunn 토리브룬(광장샘)이란 분수와 시청(Rådhus 로아드휴:스), 관사(Residenset)가 있다.  광장 주변 골목들을 돌아보다 S:t Petri 성 페트리 교회(kyrka)에 들어갔다.  이 교회는 말뫼에서 가장 오랜 건물로 역사가 14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발틱 고딕 스타일 건축물이란다.  엽서를 한 장 샀다.  처음으로 산 엽서다.  누구에게 부쳤는지 기억하고 있다. 

저녁 공연전까지 부지런히 다녀보자고 말뫼성으로 향했다.  수로를 따라 걸었는데 조용하고 좋았다.  무작정 들이 대고 보니까 Slottsträdgården이었다.  풍차 앞 정원에서 각종 야채와 허브를 경작하고 있었고 가운데는 카페였다.  예전 아일랜드 생각을 잠깐 했다.  성까지 개울 건너는 길은 안 보이고 방향은 잃어서 밭고랑 사이로 걸어가 사람에게 물었다.  가르쳐준 샛길을 따라 성으로 갔다.  어쨌거나 가긴 가잖아, 그것도 남들 안 가는 길로?  사실 정신 없어서 어디서부터 박물관이고 어디까지가 미술관인지 잘 모르겠고 여하튼 부지런히 성 안을 누볐다.  미로처럼 방에서 방으로 이어져서 재미있었다.  시간상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왔다.  밖은 아직도 밝은데...  일단 성 요한 교회로 향했다.  공원을 걷다가 케밥집이 보였다.  간이매점에 메뉴가 길었다.  케밥이 거기서 거기긴 하지만 골라서 주문하려니까 귀찮았다.  가게에서 미는 메뉴로 선택했다.  이 아시안 친구들은 어디서 이곳까지 왔을까?  터키일까?  어디서 왔냐고 묻기에 한국이라 해놓고도 되받아 묻지 않았다.
 
불 밝혀 환한 유리로 지은 시립도서관(Stadsbibliotekeket I Malmö)을 만났다.  위층부터 살펴보려고 승강기를 탔다가 내리자 마자 눈 앞에서 한글책을 보았다.  70, 80년 대쯤 출판한 책 같았다.  언젠가 나도 도서관을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저녁에는 교회(S:t Johannes 성 요한 교회 - 말뫼에서 가장 큰 교회)에서 재즈 연주를 들었다.  이 일정은 한국에서 미리 확인한 것으로 말뫼 관광 홈페이지에는 그냥 일정만 나와있기에 - 짐작컨데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무명 밴드가 교회를 빌려 여는 연주회라서가 아닐까?  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요금도 바구니에 받았다 - 교회 관계자, 관광사무소 등등 도움을 청했고 고맙게도 답장이 왔다.  내용은 간단히 말해서 제일 큰 교회라 찾기 쉽다는 것인데 정말 그랬다.  미리 지도에서 확인한 일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말뫼역에서 직선으로 쭉 내려오면 Triangeln 트리앙옐이라 찾기 쉽다.  Triangeln은 쇼핑몰도 있고 버스 타기도 좋다 – 롤러코스터 신보 Triangle를 들으면서 바보처럼 순간 이 거리에 서 있었다.  영어 Triangle은 스웨덴어로 Triangel이기 때문에.  한국 교회에서도 공연이 있긴 하지만 파이프오르간 연주회 등 서양고전음악 공연이 주고 특히나 재즈 공연이 있다는 건 과문한 탓인지 알지 못한다.  한국에서 재즈 밴드는 대부분 클럽에서 공연하니까.  그래서 궁금했고 가보고 싶었다.  연주 밴드는 TH Trio.  클럽에서의 재즈를 듣던 경험과는 많이 다르게 서양 고전 음악 실내악 연주회 - 오페라 제외 - 같은 경건한 분위기였다.  익히 들어온 북유럽 재즈의 차분하고 서정적이며 사색적인 모습 그대로였다, 청중까지도.  지금 든 생각인데 스웨덴과 덴마크는 좀 분위기가 달랐다.  코펜하겐이 좀 더 자유롭다면 상대적으로 말뫼는 좀 더 정리된 느낌이랄까?  그래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잠깐 한다.  드럼 치는 리더(Tommy Holmgren)와 악수하고 간단한 인사말을 건넴.  민 머리더군.  음악이 좋아서 CD를 샀다.  한국에서는 살 수 없을 테니까.  2003년 Nässjö 네아소이어 교회에서의 연주를 녹음한 음반이었다.
 
Triangeln에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말뫼 버스들은 차내 전광판으로 정류장 이름을 표시해주어 이용하기 아주 편리하다.  최근 서울에서 다니는 저층 시내버스가 같은 종류다.  반면 덴마크에서는 운전사가 말로 한 번 하고는 끝이었다.  억지 부리자면 아마 덴마크 사람도 알아 듣기 힘들 거다.  그나마 건물이 있는 곳은 대충 주변을 둘러 구별하기가 나은데 숲이 좀 많더냐.  버스 타기 힘들었다, 특히 오후스에서. 


< 사진 설명 >

           1) 항구로 들어오는 배
           2) 당시 공사중이던 터닝토르소
           3) 시청과 Torg Brunn 분수
           4) 칼 구스타프 10세 동상
   5) - 19) 성 페트리 교회
 20) - 22) 시내에서 말뫼성으로 가는 수로 주변
         23) 풍차
         24) 말뫼성 미술관
 25) - 28) TH Trio 연주 사진.  성 요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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