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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05 - 코펜하겐

2004년 7월 24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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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집을 나섰다.  오후에는 S씨 커플과 함께 하기로 했기에 오전은 오전대로 부지런히 다니고 싶었다.  이제야 본격적으로 덴마크를 돌아보는 첫날이다. 

먼저 향한 곳은 Rundetaarn/Rundetårn(Round Tower, 원형탑)이다.  아무래도 원형탑이란 말보다 라운드타워란 말이 입에 붙는다.  코펜하겐 시내 전망을 즐길만한 건물들 중에서 가장 인기있고 유명한 곳이다.  유서 깊은 건물에, 계단이 아닌 경사로라 상대적으로 오르기 쉽고, 시내 중심 쇼핑가이자 보행자로인 Strøget 스토이이트에 있어서 가기도 좋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사람들로 붐빈다.  지금 묵고 있는 Kongens Nytorv 콩스 뉘토브에서 가깝다.  입장료를 내고, 건물 꼭대기까지 왕이 직접 말을 타고 올랐다고 하는 건물 안 경사로를 걸어 올라갔다.  수도원 건물 같은 장식없는 실내 모습에 약한 편이라 내부 사진이 멋있었다.  실제는?  음~ 그래도 괜찮았다.  ㅡㅡ;;  오전에는 날씨가 좀 흐려서 시계가 깨끗하진 않았지만 사방이 열린 곳에 오르면 늘 기분이 좋다.  아직은 아는 곳이 없어서 좀 아쉬웠다.  추억이 없으면 이름을 듣고 눈으로 보아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의미 없음을 느낀다.  그래도 좋았다.  ㅡㅡ;;

탑을 내려와서는 탑과 붙어있는 Trinitatis Kirke 삼위일체교회에도 들러 살펴 보았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Rosenborg 호슨복이다.  가는 길에 약국을 만났다.  역시 매제를 생각해 잠시 멈춰서 약국 사진을 찍었다.  실용적인 목적에 충실해서 그런지 국적과 상관없이 다들 비슷해 보인다.  Rosenborg Slot 호슨복 궁은 가볼만한 곳이다.  여기가 왕실의 보물창고로  전시중인 유물은 실제 행사에 쓰인다고 한다.  가령 지금 전시중인 왕관의 경우도 어느날 그 자리가 비어 있다면 현재 어느 행사에선가 쓰고 있다는 뜻이라 한다.  다시 한번 얘기하지만 로젠버그가 아니다.  오슨복 혹은 호슨복이라고 하는 게 현지 발음과 대충 비슷하다.  원형탑에서 가자면 Kongens Have 왕의 정원 공원을 가로질러 Rosenborg 뒷문으로 들어간다.  입장권은 정문에서 사야하며 가방은 동전 보관함에 맡겨야 한다.  일단 성 내부를 보고 두번째로 지하 보물창고를 관람하는 동선이다.  건물에 들어서니 마침 영어로 관광안내를 하는 팀이 있었다.  처음에는 좀 따라다니며 설명도 들어보려고 했지만 금방 지쳤다.  뭘 볼 수가 있어야지, 사람들 때문에.  가뜩이나 관광객들로 몹시 붐비는 곳인데 떼로 몰려다니다보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옷 귀퉁이 얼룩이 어째서 그러네 등등 듣는 것도 귀찮다.  잘 못알아 들어서 그런가?  ^^;;  해서 그냥 보물들과 나는 서로 모르는 사이로 외면해야 했다, 굿판에 무당 없는 짝으로.  그래도 샐쭉하게 빗겨선 시선조차 예뻐보이는 게 돈 내고 멀리서 찾아온 사람 마음 아닐런지.  열심히 봤고 또 구경할만 했다.  ^^

나는 보물보다 정원이 좋다.  이렇게 공원을 걷고 있으면 한가롭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서 집으로 S 커플이 찾아왔다.  어디를 가고 싶냐는데 아는 곳이 있어야지.  알지 못하면 말야 가고 싶은 곳도 없거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Christiania 크리스타니아에 가보기로 했다.  코펜하겐 중앙역 뒤 숙소들 많은 곳(Vesterbro)에 묵는다면 길이 멀겠지만 Kongens Nytorv에서라면 걸어갈만 하다.  걷는 길 한 켠으로 Børsen(증권거래소)도 보인다. 

Holmens Kirke 홀멘 교회를 지나가는데 결혼식이 있었다.  구경하고 싶었는데 말 꺼내기가 무섭게 손을 내저으며 문을 닫는다.  잔치에 사람 쫓는 거 아니란 생각을 누구나 공유하는 건 아닌가 보다.  자연 덴마크 결혼식에 관한 얘기가 이어졌다.  날씨 탓에 주로 여름에 결혼식을 올린다는데 서로들 그러다보니 교회 잡는 게 무척 힘들다고 한다.  덴마크에서 교회라면 루터파(Lutheran)가 주류다.  그외 소수의 기타 기독교 종파가 있고 온갖 사람들이 사는 만큼 그밖의 종교 또한 다양하다.  그런데 번듯한 불교 사원이 있다는 말 못 들었다.  이런 얘기 하는 이유는 내가 불교도라서기도 하지만 덴마크 사람 종교 성향을 말하고 싶어서다.  사실 교회에 열심히 나가는 덴마크 사람 별로 보지 못했다.  일이 그리되려고 그랬다는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크게 어긋난 건 아니지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 내면에는 분명 기독교적 심성이 자리하고 있어 보이는데 비유가 좀 그렇지만 근묵자흑(近墨者黑)이고 훈습(熏習)인 셈이다.  덴마크에서 결혼은 어떤 의미일까?  전통적으로나 제도적으로나 워낙 남녀관계가 자유롭고 결혼과 동거 사이에 차이를 두기도 어려워서 결혼이 별의미 없다.  단지 심정상으로는 종교와, 제도적으로는 육아와 관련한 의의가 있을 따름이다.  같이 사는 건 같아도 나름 친구(Boyfriend/Girlfriend)와 배우자(Spouse, Husband/Wife)를 나누는데 여하튼 실용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란 인상이다.  그 의미를 낮춰본다는 게 아니라 대하는 태도가 다를 뿐이란 말로 들었다.  글쎄, 그런건가? 

어슬렁어슬렁 Knippelsbro(크니펠 다리)를 건넜다.  스밀라가 걷던 길이다.  잠시 물길을 따라 걷는데 신랑 신부를 앞세우고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곁을 지났다.  S 말이 신부가 초혼은 아닌 거 같단다.  드레스가 흰 색이 아니라나.  그랬던가?  가게에서 간단한 샐러드 포장을 몇 개 사서 운하 옆 피크닉 테이블에서 먹었다.  셀러드 포장을 열자 내용물이 눈에 익었다.  무의식 중에 이렇게 외쳤다.  "Ah, Tofu(두부)!".  또다른 S가 웃었다, 아니라고.  반대로 지난 봄 베를린 가족 여행에서 남동생이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Ah, Feta(치즈)!".  둘 다 작은 깍두기 모양이 서로 정말 비슷했다.  맛은 당연히 다르다.  ㅡㅡ;;

Vor Frelsers Kirke 보부헬사스 키어퀴(The Church of Our Saviour, 구세주 교회) 종탑에 올랐다.  종탑 전망대에서 다시 뽀족하니 횟불 모양인 꼭대기에 올라갔는데 정말 가볼만하다.  앞서 말한대로 입장료 내고 코펜하겐 시내를 조망하는 건물들이 있다.  제일 유명하고 사람 많은 곳은 원형탑 Rundetaarn/Rundetårn이고 그밖에 코펜하겐 시청이나 Frederiks Kirke 프레데릭스 교회 등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 여기 구세주 교회다.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 환한 밖으로 나섰다.  날이 개어 멀리 바다까지 시원하게 보였다.  바람이 시원했다.  무엇보다 뽀족한 고깔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갈 때 기분이 좋았다.  바람도 세고 자칫 위험한 기분도 들지만 올라가 보길 권하고 싶다.  스릴있다.  안타까운 것은 당분간 이곳에 갈 수 없다는 것이다 - 교회 홈페이지 안내 참고.  공사 기간이 2년 정도라는데 그때 가봐야 알 일이라 단정할 수는 없다.  아무튼 시내에서 좀 떨어져서 그렇지 만약 앞서의 여러 건물 중 한 곳만 올라가야 한다면 나는 이곳을 선택할 것이다.

Christiania 크리스타니아/크리스티애니아에 갔다.  무정부주의자 공동체라고도 듣고 60년대 히피문화를 느낄 수 있다고도 들었다.  독특한 곳으로 평화(!)를 지향하는 자치 마을 정도로 해두자.  볼거리를 우선하는 일반적인 관광객이라면 글쎄, 이곳에 가 볼 필요가 있을까?  뭐, 대단한 구경거리 같은 건 없으니까.  벼룩시장(?) 구경도 하고 대마초(!)도 보고 소다수 한 병씩 사 마셨다.  그곳 식당에서 식사하려고 했지만 마침 문 닫았다.  참, 이곳에서는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  대마초라니까!!!

보트를 타기위해 다시 Nyhavn 뉘하운으로 와서 저녁을 사먹었다.  덴마크 전통음식을 먹자고 했더니 몹시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먹고나서 내 결론은 덴마크 전통에 가깝다는 건 사실 먹기 그렇다는 말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요리라기도 그런 것이 지방 덩어리에다 등등 영국 생각도 났다.  덴마크에선 예전에 대대적인 식생활 개선이 있었다고 한다.  전통적인 식사가 그만큼 기름지고 섬유소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 음식은 대단히(!) 건강에 좋다. 

운하 관광 보트를 탔다.  마지막 배다.  Den Lille Havfrue 덴 릴르 하우포(The Little Mermaid 인어공주 동상), 건립중인 오페라 하우스, Det Kongelige Bibliotek 디 콩엘리 비브리오텍(중앙도서관), Christiansborg 등 운하 따라 코펜하겐 시내 일주를 했다.  S 커플은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자전거 나라 덴마크.  해가 길어서 그런가 오늘 하루가 제법 길었다. 

- 코펜하겐 시내 전망을 즐기는 방법 : 이들 중 이 블로그에서 다룬 것은 이미 쓴 대로 아래 4곳이다.  Rundetaarn/Rundetårn(Round Tower) 원형탑, Vor Frelsers Kirke 구세주 교회, 코펜하겐 Rådhus 시청, Frederiks Kirke 프레데릭스 교회.  역시 구세주 교회를 우선 추천하고 싶지만 각자 형편에 따를 일이다.  aok.dk에 따르면 교회는 못들어가도 종탑은 올라갈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구세주 교회 홈페이지에서는 못봤다.  날씨도 변수인데 비바람이 심하면 종탑 올라가는 게 좀 위험할 수 있으니까 입장을 제한할지도 모르겠다.  미리 확인해보면 좋겠다.

어제서야(9/14) aok.dk의 덴마크어 홈페이지에서 이 주제를 다룬 것을 보고 위에 링크해 놓았다.  전부터 있었으리라 짐작해본다면 영문 페이지만 보느라 못 본 것이다.  내 의도는 쉽게 선택 가능한 범위내에서 방문 우선 순위를 정해보면 어떨까 하는 것이라 좀 다른 듯 싶다.  소개 순서를 통해 페이지 편집자도 가치판단을 한 것으로 보면 맨 처음이 구세주 교회로 나와 의견이 다르지 않다.  여하튼 이용 가능한 모든 방법을 세세한 최신 정보와 함께 소개하는 이 페이지를 참고하면 좋겠다.  코펜하겐 동물원은 나름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고 비행기는 또 몰라도 호텔을 이용하는 건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리 끌리지도 않는다.  다만 작년에 티볼리에 생긴 놀이기구만은 좀 아쉽다.  어찌하여 2006년에야 생긴 것이냐?  다음에 티볼리에 가면 꼭 타볼란다.  ^^;;     

2010/10/04 : 링크가 깨져 있기에 다시 찾아 새로 연결했다.  내용상 별다른 건 없고 단지 Radisson SAS 호텔 두 곳의 식당 외에 구세주 교회, 코펜하겐 시청, 코펜하겐 동물원과 프레데릭스 교회 등 5 곳으로 간추려 안내해 놓았다.  정리하자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 중 최고는 단연 구세주 교회.  2010년 올 한 해 교회 종탑에 올라갈 수 있는 기간은 4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다.  자세한 내용은 구세주 교회 홈페이지 참고.  접근성 면에서는 시청 > 프레데릭스 교회 > 구세주 교회 > 동물원 순이고 SAS 호텔 중에서는 로열 호텔이 스칸디나비아 호텔보다 낫다.  생각해보니까 로열 호텔 식당 Alberto-K 에서 식사하며 코펜하겐 전망을 즐기는 것도 괜찮겠다.  단, 혼자만 아니라면.  ㅜㅜ  글쓴이 이름은 Sarah Skarum.


< 사진 설명 >

1, 2, 12,13  Rundetaarn/Rundetårn 원형탑 경사로
3 - 11 .........Rundetaarn/Rundetårn 원형탑에서 바라본 코펜하겐 전경
14 - 21 .......Trinitatis Kirke 삼위일체 교회
22 - 26 .......코펜하겐에 있는 한 약국 모습
27 - 44 .......Rosenborg Slot 호슨복 성
45 ..............Holmens Kirke 홀멘 교회 옆면
46 - 56 .......Vor Frelsers Kirke 구세주 교회
57 ..............Christiania 크리스타니아
58 - 77 .......운하 보트 관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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