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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기(2010) - 피에솔레 Fiesole 2

숲 속 공원길에서는 별다른 표시를 보지 못했지만 마음은 한가했다.  내리막길을 걷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너머 대성당 종탑과 집들이 보였고 멀게는 고대 유적지 한 귀퉁이도 보였다.


길은 곧 피에솔레 공동 묘지 한 벽에 부딪고는 벽을 맞닿아 내내 오른쪽으로 흐르더니 크게 돌아 공동 묘지 입구로 향했다.  이 길의 이름은 Via Baccio Maria Bacci.  딱히 의도한 것도 아니건만 묘지를 만나 잠시 들렀다.  이런걸 기시감 Déjà Vu 이라고 에둘러야하나 아니면 습관인 양 낯두껍게 헛기침을 해야할까.  아무튼 교회와 무덤을 차별하지는 않았다.  삶과 죽음이 둘 아닌 그대로.  공동 묘지는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화려했다.  날씨 탓인가? 


묘지를 지나 갈림목에서 왼쪽으로 하염없이 이어지는 길 대신 오른쪽으로 미노 광장과 성벽쪽 방향을 택해 걸었다.  성벽을 따라 걷는 길은 다소 지루했다.


길을 걷자니 성벽을 오른쪽 방향으로 따라 도는 셈이다.  오르막 계단 길(Via Marini)을 지나 계속 유적지 주위를 따라가다보면 끄트머리쯤 피에솔레시 관광안내사무소와 유적지 입구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관광안내사무소에서 간단한 피에솔레 관광안내지(
turismo_fiesole.pdf)를 받아 나서는데 뒤꼭지로 급한 질문이 날아왔다.  '어디서 왔어요?'  바빠죽겠구만(?).  '코리아'라고 냅다 소리쳤다는...  *^^* 


유적지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시간도 없고 그리 내키지도 않고.  입장요금은 유적지와 박물관 등 다 포함해서 €12, 따로 가자면 €10(유적지), €5(Museo Bandini) 등이다.  그보다는 이곳에서 열리는 공연에 가보고 싶다.  로마 극장 유적 Teatro Romano에서는 매년 날 좋은 계절(
6월~9월)에 공연이 열린다고 한다.  유명한 베로나의 아레나 Arena di Verona만큼 큰 규모는 아닐지 몰라도 운치가 그만일텐데 아쉽다.  이렇게 다시 미노 광장으로 돌아왔다.  피에솔레 사진 구경

빌라 메디치 등 저택 정원 구경은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지만 설명 들으며 몰려다니는 걸 귀찮아하는 불량(?) 관광객으로선 여간 곤란한게 아니다.  ^^;  지금보니 저택 구경은 각각 다른 시간을 맞추기도 쉽지 않커니와 유료가 된 곳도 - 가령 빌라 메디치는 €6 - 있다고 하는데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다.  한가한 기분을 즐기자는 거니까.  산 도메니코 성당 Chiesa di San Domenico에도 가보지 못했다.  아침 저녁 버스 타고 다니면서 그 앞을 지나쳤건만 그렇게 되었다.  다 지나간 얘기군.

피에솔레 시 관광 사무소에서 제안한 관광 코스 중 세번째 초록색 점선 표시길을 걷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첫째는 시청
Palazzo Pretorio 뒤로 집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길이 숲 속을 지나기 때문이다.  주택가 골목을 걷는 일과 숲 길을 걷는 일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일이다.  시청 옆 산타 마리아 프리메라 교회 Chiesa di Santa Maria Primerana 를 지나 Via Giuseppe Verdi 길을 따라 걷다가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길 Via di Monte Ceceri을 택해 걷는다.  길은 곧 Via degli Scalpellini 로 이어지고 몬테 체체리 자연 공원 Parco Naturale di Monteceri 으로 들어서게 된다.  몬테 체체리 Monte Ceceri 는 다빈치 Leonardo da Vinci 가 처음으로 비행 실험을 한 곳인 동시에 중세이래 석재 산지로 유명하다.  숲을 지나 Via Corsica 길로 돌아와서 Via Francesco Poeti와 Via Antonio Gramsci 길을 따라 주택가를 지나 미노광장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숲과 함께 주택가를 걸어볼 수 있는 코스다.  숲까지 길이 좀 멀다 싶으면 Via G.Verdi 윗길인 Via Belvedere에서 Via Adriano Mari로 해서 주택가를 돌아 오는 코스도 괜찮아 보인다.  이렇게 지도를 보고 있으니 거참, 많이 아쉽다.  피에솔레 구글 지도

p.s.  피에솔레시 관광 안내지(
turismo_fiesole.pdf)를 발견한 것은 피에솔레시 홈페이지가 아닌 리사 맥개리의 홈페이지(Arzigogolare)에서다.  피에솔레시 홈페이지 링크가 깨져 있어서 다시 검색하다 발견한 것인데 개인적으로 매우 재미있었다.  이번 피렌체 여행에서 도움 받은 곳이 물론 많지만 꼽아 보자면 두 사람이 있다.  리사 맥개리 Lisa McGarry와 알렉산드라 코레이 Alexandra M. Korey.  리사 맥개리의 책 '이탈리아의 꽃 피렌체'는 이미 소개했고 알렉산드라 코레이는 워낙 인터넷상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이다.  Arttrav.comTuscany Arts 에서, 동시에 페이스북 ArttravcomTuscanyarts 에서도 그녀의 글을 볼 수 있다.  그랬는데 그 피에솔레 관광 안내 책자를 다시 리사 맥개리 홈페이지에서 찾았으니 얼마나 재미있었겠는가.  고마워요, 두 분.  ^^                

참고 사이트:
피에솔레 시 Città di Fiesole
피에솔레 관광안내
피에솔레 관광 안내 책자(PDF)
피에솔레 상점 안내 책자(PDF)
피에솔레 유적지와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