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17 - 뵈너훕

2004년 8월 5일  목요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제 아침 S가 아버지와 자전거 타고 나간 게 부러웠는데 기회가 왔다.  I씨는 어찌나 세심한 분인지 어제 혼자서 자전거를 살펴보고 있는 나를 창 너머로 보시고는 다가와 언제든 자기 자전거를 타보라고 하셨다.  모른척하던 내 속마음을 들킨지라 좀 부끄러웠었다.  그래도 오늘 아침 S의 아버지가 이번에는 같이 가보지 않겠냐고 했을 때 무조건 그러마 했다.  해변을 따라서 시작한 길이 숲과 들을 지나고 Gjerrild 기아일(그레노 가는 방향)이라는 곳까지 다녀왔다.  1시간 20분 정도 걸린 듯 싶다.  정말 좋았다.  이런 글을 쓰다보니 여러 사람 얼굴이 스친다.  정말 좋은 곳에서 정말 좋은 걸 보거나 정말 맛있는 걸 먹을 때마다 얼굴이 떠오른다.  함께하면 좋을텐데...  아무래도 혼자라는데 익숙한 게 병이다.

오늘은 해변으로 나가 물에 들어갔다.  한국처럼 더운 것도 아니라서인가 영 물이 차게 느껴져서 들어갈 마음이 나지 않았지만 모두, 특히 개가 수영을 너무 좋아했다.  이곳 날씨가 이렇게 좋은 것은 정말 특이한 일이라고 만나는 사람 마다 얘기했지만 온종일 해가 나도 그리 덥지 않았다.  청명한 한국 가을 날씨라고 해야 할까.  해는 좋지만 그늘에서는 서늘한.

바베큐로 저녁.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운전은 S가 했다.


View Larger Map


덴마크에서 자전거 타기 : 누가 보더라도 덴마크는 자전거 나라다.  자전거 도로 등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자전거 문화가 있고 그 토대가 넓고 튼튼하다.  덴마크 사람들은 비가 와도 타고 덥고 추운 걸 꺼리지 않는다.  편한 차림에도 타지만 정장 차림으로도 탄다.  국회의원도 타고 장관도 탄다.  덴마크에서 자전거 타기는 단순히 오락이나 운동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생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덴마크에서 본 자전거들은 손잡이에는 물론 페달에도 브레이크가 있었다.  모든 자전거가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본 자전거는 모두 그랬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일반적인 자전거처럼 페달을 역회전할 수 없다.  따라서 정지 신호에 멈춰 있을 때는 출발할 때를 위해 오른손잡이는 오른발 페달이, 왼손잡이는 왼발 페달이 위로 간 상태로 서는 게 편하다. 

자전거 수신호(bicycle hand signals)는 크게 두 가지만 알면 충분하다는 게 덴마크 친구 의견이다.  정지 신호와 방향 전환 신호다.  간단하다.  왼쪽으로 갈 때는 왼팔을, 오른쪽으로 갈 때는 오른팔을 펴 쭉 뻗는다.  정지할 때는 한쪽팔을 펴 위로 90도 구부려 세운다.  이번에 수신호 이미지를 검색하다가 미국 및 캐나다와 덴마크는 수신호가 서로 좀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처음에는 내 기억을 의심했지만 아래 링크한 Ernst Poulsen의 글을 읽고는 안심했다.  유의하면 좋겠다.    

자전거와 관련한 좋은 덴마크 홈페이지들이 있었지만 대개 덴마크어뿐이라 안타까웠다.  내 검색기술이 모자란 탓이기도 할 것이다.  몇 가지를 링크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인 영문 안내
http://www.trentobike.org/Countries/Denmark/General/Cycling_in_Denmark.html
Aalborg University Cycling

씨티바이크 / City Bike / Bycyklen
코펜하겐 http://www.bycyklen.dk/english/thecitybikeandcopenhagen.aspx
오후스 http://www.aarhusbycykel.dk/

자전거 여행길 안내
http://www.trafikken.dk/wimpdoc.asp?page=document&objno=78593

덴마크 자전거 법규
도로교통법(Færdselsloven)
자전거 램프 규정

자전거 빌리는 곳은 많다.  가격도 볼겸 그냥 아무거나 하나만...
http://copenhagen-bikes.dk/Rent+a+bike/Engelsk.html

이미 코펜하겐의 상징과도 같은 씨티바이크는 소문난 대로 누구나 무료로 탈 수 있는 공공 자전거다.  탈 때는 자전거 손잡이에 동전을 넣고 둘 때는 정해진 곳에 세우고 자물쇠를 채우면 다시 동전을 꺼낼 수 있다.  정해진 경계인 운하 밖으로만 나가지 않으면 공짜인 유용한 교통수단이다.  그러나 잠깐이라면 모를까 자전거 타는 즐거움을 누리고자 한다면 빌리는 게 낫다.  사실 빈 씨티바이크를 보기도 어렵고 지정 거치대를 초행자가 찾기도 쉽지 않다.  타보면 느끼겠지만 승차감도 좀 다르다.  최근 오후스에도 씨티바이크가 생겼다고 한다.

나름대로는 덴마크 도로교통법(Færdselsloven) 중 제7장 자전거에 관한 규칙 49조와 50조만을 겨우 번역 사이트를 통해 읽어 보았다.  두 손을 다 놓고 타는 게 법규 위반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ㅡㅡ;;  내 생각에는 그냥 상식에 맞게 타면 큰 문제는 없을 듯 싶다.  1m x 3m 크기 이상인 물건을 자전거에 싣는 일이란 좀체로 없을테니까.  헬멧 등 보호장구를 갖추는 건 분명 중요한 일이지만 법규 위반도 아니고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일도 아니다.  그보다는 자전거 램프 및 빤짝이에 관해서는 벌금도 있고 까다로운데 날 궂거나 밤늦게 자전거 탈 한국 여행자가 많을 것 같지는 않다.  아무튼 자전거 신호등 잘 따르고 보도나 횡단보도 등에서 타지 않고 주변 교통상황에 따라 양보하면 무난하리라 싶다.  그런면에서 수신호는 잘 챙기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사진 설명 >

1 - 30.. 바닷가 풍경
31 - 34 해파리 - 앞 셋은 무해하지만 마지막 것은 주의 요망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