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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15 - 뵈너훕(Bønnerup)

2004년 8월 3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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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가 운전하는 이모 차를 타고 S커플과 나 이렇게 셋은 S의 아버지 O씨의 별장(Summer House)으로 출발했다.  L은 오페어(Au Pair)를 하려고 신청했었는데 면접이 오늘로 잡히는 바람에 저녁에 따로 올 예정이다.  어제는 오후스 남쪽(Moesgård 모오스고)에 다녀왔고 오늘은 오후스 북동쪽(듀스란 Djursland 지방 Bønnerup strand 뵈너훕 스트란)으로 향한다.  위 지도 참고.  일단 이모가 다니는 회사에 들려서 사람들과 인사도 하고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이모 살아온 이야기를 생각할 때면 왠지 회사 직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서 재작년인가 크리스마스에 선물로 컵라면을 박스로 보냈었다.  한국에서 배로 부치면 덴마크까지 거의 두 달 걸린다.  부치는 비용도 만만치 않고 이래저래 덴마크 물가가 비싼 거 다 이유가 있다(?).  종무식을 겸한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직원들도 뭔가 조금은 한국적(?)인 것을 느껴볼 기회이기를 내심 바랬다.  내친김에 올 해도 뭔가 부쳐볼까나?  ^^  

내가 예전에 아일랜드 다녀온 걸 아는 이모는 최근 더블린(Dublin)에 다녀온 사람(J씨)이 있다며 우리를 이끌었다.  그 분 방에 잠시 들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잠 자다 화재 경보에 놀라 잠옷 바람으로 급히 대피했다는 얘기, 시간이 지나도 호텔에서는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는 얘기, 그 상황에서도 마누라는 잊지 않았다는 얘기 등을 재미있게 들었다.  2004년 당시 덴마크에서 돌아온 얼마후 건망증 심한 남편이 고속도로 휴게소에 내린 아내를 깜빡 잊고 250km를 혼자 운전해 갔다가 되돌아온 일이 프랑스에서 있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그 남편이 덴마크 사람이라고 하기에 J씨 얘기를 떠올리고는 혼자 웃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도 다녀갔다는데 비즈니스가 잘 되지는 않았다면서 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한다.  가만 이건 이모 얘기였던가?  ^^;;  다시 출발.

별장 도착.  날씨가 정말 좋다.  도착하자 처음 마중나온 건 개 'Napoleon 나폴리온'이었다.  덴마크에서는 집에 사람이 있다는 표시로 국기를 내건다고 한다.  O씨와 I씨 부부와 인사를 나누고 집을 둘러 보았다.  글쎄, 제 집을 제 혼자 지어 세운다는 게 과연 가능한걸까?  생각은 해보지만 사실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  본래 이는 당연한 일이었을 텐데.  크지 않다고는 해도 이 집을 O씨 혼자 직접 지으셨고 게다가 이번이 두번째라는 말을 듣고는 정말 감탄했다.  예전에 목사 선배형 임지가 강원도일 때 깊은 마을을 차로 다니며 전도하는 형을 따라갔다가 집주인이 직접 지었다는 집을 본 적 있다.  깊은 산 속에서 그것도 보잘것없는 공구만으로 지은 것도 대단하다지만, 무엇보다도 그 집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눈물이 날 듯 했었다.  너무 아름답다운 것들은 때로 눈물을 부르곤 하더군.

아무튼...

생선요리로 간단한 점심을 먹고 항구까지 산책을 갔다.  별장에서 조금만 좁은 길로 들판을 가로지르면 바다가 보인다.  이곳뿐 아니라 덴마크에서는 풍력발전기를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덴마크 주요 수출품이다.  덴마크를 낙농국이라고만 아는 분들이 많다.  여전히 좋은 농산품을 생산하는 건 맞지만 그 비중은 낮다.  오늘날의 덴마크는 농업국이라기 보다는 기술선진국이다. 

아이스크림도 사먹고 고깃배도 보고 평화로운 시간이다.  저녁에는 L이 도착했다.  내가 'Hygge 휘게'란 말을 들었다고 한 탓에 부러 벽난로를 지피셨다.  한 여름에 벽난로를???  이곳의 여름은 한국처럼 무덥고 습기찬 것과는 많이 달라서 괜찮았다.  이 분위기.  창문 많은 별장이라 볕이 잘 들다보니 다 닫으면 잠들기에는 좀 덥기도 하지만 그정도가 가장 더울 때 얘기다.   나중에 오후스편에서 쓸테지만 오후스의 유명한 바닷가 씨푸드 레스토랑 야외 식탁에서 저녁 먹을 때 추워서 옷을 세 겹이나 껴입었었다.   ^^;;

- 덴마크 여름날씨 : 참고로 파로제도, 그린란드 등 좀 떨어진 섬들을 뺀 덴마크에서 가장 더운 지역이라는 코펜하겐 부근 여름 기온이 평균 섭씨 16.5 도 정도라고 한다.  기록상으로 온도가 겨울에 영하 31도까지 내려가고 여름엔 36도까지 오른 경우도 있기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예외적인 일이고 일년내내 보통 섭씨 - 0도에서 20도 사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치라는 건 언제든 검색가능한 일일따름이고 다만 한마디로 표현하고 싶다.  '아! 상쾌해...!"  ^^  우리나라 가을 날씨 같아서 정말 쾌적하다.  햇살 아래서는 좀 따갑고 섬이라 비가 잦다고는 해도, 긴 팔 옷이 때론 필요한 이 곳 여름 날씨.  여름에는 정말 덴마크에 살고 싶다.  다른 건 말할 것도 없고...

- 2010년 여름 다시 덴마크를 찾았을 때 경험한 여름 날씨는 2004년과 좀 달랐다.  기온은 마찬가지였지만 정말 비가 많이 왔고 나다니기가 불편했다.  2004년에는 만나는 덴마크 사람들마다 내게 정말 운이 좋다고 했었는데 그 의미를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덴마크 날씨는 정말 아일랜드 날씨와 비슷했다.  어째서 덴마크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 덴마크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명절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설날이나 추석과 같다.  흔한 오해일  듯 싶어서인데 예를들어 추수감사절 같은 거 덴마크와는 전혀 관계 없다.  덴마크 사람은 그게 뭔지도 모른다.  미국은 미국이고 덴마크는 덴마크니까.  어쨌거나 크리스마스 주간이면 모두들 선물을 이고 지고 부모님 계신 고향집으로 향한다.  온 가족이 모여서 함께 크리스마스를 지낸다.    

- 오후스 집에서부터 북동쪽으로 이곳 듀스란 Djursland 지방 Bønnerup strand 뵈너훕 스트란(해변)의 별장까지 S가 운전한 길을 물어서 대충 적어보았다.  오후스 시내 -> Egå strand 이오 스트란 -> Thorsager 토아스에아 -> Ryomgård 위엄고 -> Nimtofte 님토프트 -> Glesborg 글레스복 -> Bønnerup strand 뵈너훕 스트란



< 사진 설명 >

1 - 9... 별장(Summer House) 모습
3......... Napoleon 나폴리온
10 - 40  항구 풍경
31 - 32  풍력 발전기 도는 모습 확인
41 - 44  벽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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