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7월 31일 토요일
이모 따라 아침 장을 보러 갔다. 공터에서 열리는 말 그대로 장이다. 감자 등 야채를 좀 샀는데 생선은 좀 좋지 않다고 다시 차를 몰아 시내 생선가게로 갔다. 골목에 차를 세우고 자동차 앞 유리창 시계 바늘(Parking Disc)을 맞추었다.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링크한 교환학생 블로그에서는 이에 대해 주차를 시작한 시간을 표시한다고 했다. 반면 내 기억에는 주차를 끝내고 떠날 예정 시간을 표시했었는데 찾아보니까 내 기억이 틀렸다. 뭐, 어느쪽이건 단지 행정력 문제 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서로에 대한 정직함과 믿음이 어떤 것인가 하는 측면을 볼 수 있었다. 이런 사회와는 매우 이질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살고자 할 때 과연 어떨까, 게다가 그 규모가 크고 빠르게 성장한다면 말이다. 문득 덴마크 사회에서 자주 떠오를 스스로에 대한 질문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봤다.
낮에는 이모부와 함께 시내 구경과 쇼핑을 했다. Århus Domkirke 오후스 대성당도 들리고 시청에도 갔다. 관광안내소가 시청에 있기도 해서인데 별반 들은 것도 없고 시청 전망대도 올라가보지 못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대신 점심도 먹고 오후스 전망도 살필겸 Bruun's Galleri에 갔다. 오후스 중앙역 Århus Hovedbanegård과 연결되어있는 쇼핑몰이다. 일단 쇼핑몰 안에 있는 베트남 음식점 Ha Long에서 점심을 먹고 쇼핑몰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 주변 운하 등 시내를 둘러보고 왔다. 오고 가고 부러 버스 타고 설명도 장황했지만 글쎄 영 자신이 없다. 이곳은 달리 눈에 띄게 특징적인 건물도 없고 숲은 우거지고 문자 안내도 없고 안내 방송이라고는 운전사가 딱 한 번 내릴 정류장 이름을 말할 뿐이라 아무래도 이용하기가 쉽지는 않을 듯 보였다. Malmö만 해도 전광판으로 안내를 해서 좋았는데... 만약 이용한다면 승차할 때 미리 운전사에게 부탁하는 수밖에 없을 듯 싶다. 덴마크는 참 재미있다. 어디든 덴마크 말만 써있는데 누구하고든 영어가 통한다. 덴마크 말 몰라도 불편한 게 없다. ^^;;
저녁에는 이곳에 사는 한국계 덴마크인 부부를 초대해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한 분은 덴마크로 유학 오셨고, 한 분은 독일에 취업하셨다가 서로 만나 사시면서 덴마크 국적을 얻으셨다고 한다. 이모와 평소 친하게 지내시는 분들이라지만 이 분들은 초대한 건 이모의 나에 대한 배려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 마음씀이 참 고마웠다. 하지만 나는 전혀(!) 한국이 그립지 않다. 한국을 떠나 한국어가 들리지 않으면 마음이 참 편안하다는 걸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물론 나도 한국사람이니까, 나이 들어가는 만큼 점점 한국적인 것에 익숙해져가고 있으니까, 외국어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 그동안 어려운 일이 없어서 그렇지 언젠가는 그러리란 거 당연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그래도 아마 외국 생활이 몇 년은 지나야 할 듯 싶다, 몇 달 정도로는, 글쎄. 한국 음식이나 한국적인 생활방식 등 여행 내내 아쉽다고는 생각해 본 적 없으니까.
- 이 부분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양해를 구해야 마땅하다. 아무래도 한국을 떠나본 경험이 워낙 없어서 그럴 것이다. 지금까지 겨우 딱 세 번 한국을 떠나봤다. 일본, 아일랜드 그리고 덴마크가 전부다. 일본이라고는 해도 12일의 여행기간 내내 후쿠오카에만 있었고, 한 달 내내 오직 아일랜드만 다녔다. 물론 늘 혼자였다. 이번 덴마크 여행도 크게 다르지 않고.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단지 여기저기 다니는 건 좀 별로고 그저 낯선 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할 따름이다. 모르겠다, 병인지 어떤지...
이 곳 집들에는 전체 조명이라는 게 없다. 부분 조명에 그나마 잘 켜지도 않고 양초를 대신 자주 켜는데 한국 기준으로 보자면 영 어둑어둑해서 답답할 수 있다.
- 오후스 관광안내소는 시청에 있다. 오후스 열차역에서도 가깝고 모든 오후스 버스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 오후스 지도 : 구글지도 / 오후스 시청 홈페이지 / 스카이 맵 / 오후스 지도 링크
- 코펜하겐 주차 안내 사이트
< 사진 설명 >
1 - 4.... 아침 장 모습
5 - 8.... 오후스 시내 생선가게
9 - 10.. 오후스 시청
11 - 17 오후스 운하 등 시내 풍경
18 - 62 Århus Domkirke 오후스 대성당
63....... Århus Teater(Aarhus Theatre) 오후스 대극장
64 - 68 Århus Katedralskole 오후스 카톨릭 고등학교
69........ Havnegade에 있던 어느 건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