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10 - 훔레백(Humlebæk), 헬싱외(Helsingør)

2004년 7월 29일 목요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일찍부터 간단한 아침 식사 후 청소 시작.  침대 정리부터 옷, 소지품 등 짐을 싼 다음 진공 청소기를 돌렸다.  대충 정리가 끝난 듯 하군.  자, 그럼 마무리.  집을 나와 우체국 옆 꽃집에서 꽃을 샀다.  마침 카드는 어제 국립 미술관 기념품 가게에서 찾던 걸 구했다.  전에 N이 지나는 말로 일본어 학과 다니는 친구 얘기를 잠깐 한 적 있었다.  그때 문득 내 마음 속에 바쇼의 하이쿠가 하나 떠올랐고 내내 여운이 남았다.  오늘 그렇게 그림을 그려갔다.  카드는 일본 작가의 그림으로 하이쿠에 맞는 담백한 것을 선택했다.  사방 벽을 하얗게 칠하고 별다른 장식이 없는 아파트라 해바라기 같은 원색의 큰 꽃으로 생기 넘치는 느낌을 받고도 싶었지만 그보다는 역시 차분하고 소박하게 작은 묶음으로 색과 크기를 줄였다.  내가 무슨 플로리스트도 아니고 그냥 무식하게 골랐다는 말이다.  부엌 찬장에서 유리병을 찾아 물을 담고 꽃을 꽂아 빈 탁자 위에 놓았다.  바람이라도 이는 듯 살랑살랑 멋지기는 한데 탁자 위 꽃병 속 숨 죽인 꽃들이, 보면 보면 볼 수록 왠지 씁쓸했다.  그만, 나를 보고 말았다.  구부정하고 작게 움츠린 외로운 모습.  한 편으로는 나를 지우고 다시 탁자 위에다 나를 남기는 일.  N은 한국어를 모른다.  이 글을 볼 수도 없다.  글쎄 내가 느낀 걸 N이 느낄 리는 없겠지.  카드에 바쇼의 하이쿠와 함께 짧은 글을 적어갔다.  내 영어 번역이 맞는지 모르겠다.  내 말들도...

기념으로 집 안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이모와 L을 다시 만난다.  일 년만이다.  반갑다.  드디어 Århus/Aarhus 오후스로 출발.

가는 길에 두 가지를 부탁했다.  Louisiana 현대미술관과 Kronborg 코혼복.  먼저 Humlebæk 훔레백에 가서 Louisiana Museum for Moderne Kunst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에 들렸다.  워낙 유명한 곳이라 말이 따로 필요할까 모르겠다.  엄청난 전시물로 관람객들 기를 죽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전체적으로 전시물, 전시건물, 주변경관(바다, 호수, 숲), 전시방법, 아이들 교육장 등이 인상적으로 조화로운 곳이었다.  다시 본 내 사진에서는 실내 전시물이 부르주아(Louise Bourgeois)에서 시작해 쟈코메티(Alberto Giacometti)로 끝났다.  무어(Henry Moore)는 덤인가?  이쯤이면 글쎄, 현대미술이란 말이 참 고전적인 어감으로 들린다.  너무 친근하잖아?  ^^

Helsingør 헬싱외에서는 Kronborg 코혼복성을 둘러보았다.  도착 시간이 좀 늦기도 했지만 하필 공연을 하는 탓에 성 안 구경은 할 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셰익스피어 Shakespeare의 덴마크 왕자 햄릿 Hamlet 때문에 유명한 곳이라 종종 연극 공연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어째 오늘이란 말인가.  공연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뭐, 무대는 좀 둘러봤다.  덕분에 지하 석상 등 유명하다는 건 하나도 못봤다.  그래도 날씨가 좋아서 성 주변을 둘러보기 좋았다.  Kronborg의 덴마크어 발음이 코혼복 보다는 코혼버에 가깝게 들렸다. 

조카 생각에 코혼복성 내 상점에서 하트모양 호박 목걸이를 하나 사고는 곧 떠났다.  아쉬워서인지 이모가 날 생각해서 Fredensborg 프레덴스복성에 차를 세웠다.  우연이긴 해도 7월에 왔건만...  잠시 후원을 둘러보았다.  긴 길을 나서기 전에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잘 먹었다.  아무래도 난 고기보다는 생선이 좋다.  진열한 파란 유리병이 참 예뻐서 그 생수를 주문해 마셨다.  이탈리아산 생수였는데 지금 찾아보니 Lynx blu élite 였다.  Qvarzia도 모양이 비슷해 보이기는 했지만 기억보다 전체적으로 선이 밋밋하고 파란색이 좀 옅은 듯 싶다.  이 미네랄워터의 맛은?  그거참, 맛까지는 기억 안 난다.  한국에서도 팔 거 같기는 한데...
 
이제  Århus/Aarhus 오후스로 향했다.  바다 위 다리(Storebæltsbroen)를 건널 때 한쪽에서는 해가 지고, 반대편에서는 달이 떴다.


- 마츠오 바쇼 松尾芭焦  :  류시화 역

  봄의 첫날, 나는 줄곧 가을의 끝을 생각하네

- 요사 부손 與謝蕪村  :  오석윤 역
   
  유채꽃이여, 달은 동쪽에 있고 해는 서쪽에



< 사진 설명 >

1 - 17.. Louisiana 루이지애나 현대 미술관
18 - 28 Kronborg 코혼복성
28....... Kronborg 코혼복성 내 햄릿 공연 무대 설치 중
29....... Fredensborg 프레덴스복성
30....... 바다 위 다리를 건너 오후스 가는 길 - 한쪽에선 달이 뜨고
31....... 바다 위 다리를 건너 오후스 가는 길 - 한쪽에선 해가 지네
32....... 어두운 하늘에 풍력발전기 모습이 그림자처럼 보인다.

0123456789101112131415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