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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2004) 09 - 코펜하겐

2004년 7월 28일 수요일


종일 박물관과 미술관 구경을 했다.  Rosenborg 호슨복 옆 Statens Museum for Kunst(Danish National Gallery 국립 미술관)와 Tivoli 티볼리 옆 National Museet(National Museum 국립 박물관)에 갔다.  지금 국립 미술관 홈페이지를 찾아보니까 입장은 무료라고 한다.  단, 일반 전시만.  특별 전시는 입장권을 사야 한다.  기억이 맞다면 2004년에는 수요일만 무료 입장이었다.  며칠 전 일요일 글륍토텍 박물관이 무료였던 건 모르고 간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미리 알고 찾아갔다.  평소 덴마크 사람들이 꼭 가봐야한다고 권하던 티볼리도 국립 박물관 바로 옆이고 해서 티볼리로 마감하고자 하는 오늘 일정으로 볼 때 동선도 마춤이었다.  하루에 이 두 곳을 모두 돌아본다고 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두 곳 모두는 고사하고 어느 한 곳만 간다고 해도 하루에 다 훑는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된다.  맞는 말이라는 거 모두 잘 알고 있다.  잘 알면서도 오늘 바보 짓을 좀 했다. 

일찍 집을 나섰다.  잠시 Netto(동네 슈퍼 체인, 코펜하겐에 있을 때는 보통 여기서 장을 많이 봄)에 들려서 과일 등 점심에 먹을 걸 좀 샀다.  Rosenberg 호슨복 공원을 가로 지르며 가는 거니까 가는 길이 바로 산책이다. 

왕립 도서관도 그렇지만 국립 미술관 역시 기존 구관에 연이어 신관을 지어 전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덴마크 역대 미술품과 현대 미술을 골고루 전시하고 있다.  일반 전시를 둘러보고 나서는 특별전(Georg Jensen 전)에 더 흥미가 있었는데 시간상 생략해야 해서 아쉬웠다.  괜시리 마음은 바빠도 먹는 건 먹어야 한다.  공원 벤치에서 과일 등 간단한 점심을 했다. 

국립 박물관을 덴마크 친구 N은 그냥 Museal 무실이라고 했다.  Museal이나 Museet나 다 박물관이라는 말인데 코펜하겐에서 그냥 박물관이라고 하면 곧 국립 박물관을 가리킨다는 말이다.  당연한 일 같다.  국립 박물관을 대략 둘러본 간략한 인상은 소장품을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이다.  덴마크 역사 유물과 인류학(Anthropology) 혹은 민족학(Ethnology) 유물.  바로 옆 글륍토텍 박물관과는 많이 다르다.  글륍토텍 박물관은 고대 중동 유물부터 현대 미술품까지 진귀한 소장품을 자랑한다.  국립 박물관 한 구석에서는 한국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아하, 어떤 모습일까요?  ^^ 

- 신동아 2007년 7월호에 따르면 이 사랑방 지은 분이 바로 목수 신영훈 선생이라고 한다.

시간도 충분치 않은데다 공부가 아니라 구경이 목적인 관광객 입장을 생각한다면 글륍토텍 박물관을 우선 추천할밖에 없다.  근데, 한국 사람을 발견한 건 국립 박물관에서만이다.  사실 덴마크 있는 동안 여기서 본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중국인과는 차림새가 다르고 무엇보다도 한국어를 쓰지 않는가?  글륍토텍 박물관이 덜 알려져서인지 아니면 각각 생각이 달라서인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랬다.  

느즈막한 오후 S 커플과 Tivoli 티볼리 출입문(글륍토텍 박물관 쪽) 앞에서 만났다.  티볼리 출입문은 셋이다.  과장이랄지도 모르겠지만 한 장소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곳으로는 덴마크 여행 내내 거의 유일무이한 곳인 듯 싶다.  티볼리에 대해서는 할 말이 좀 있다.  짐작컨데 한국인이란 입장에서 티볼리는 그저 오래된 놀이공원 중 하나일뿐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덴마크에서 놀이공원이라면 레고랜드에 가고 싶어할테고 티볼리는 참 별볼일 없는셈이다.  물론 티볼리는 단순히 놀이 기구만 모아 놓은 곳은 아니다.  대표적인 야외공연장으로 개장 기간 내내 공연도 많고 퍼레이드나 이벤트도 있고 식당이나 정원도 훌륭하다.  복합문화공간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만난 코펜하겐 사람들은 모두 티볼리 이용권을 가지고 있었다.  거의 기본 일상 생활의 일부라고 할만하다.  잠깐 방문하는 관광객입장이라는 게 있을 뿐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할만 하다.  단지 개인적으로 나는 덴마크인으로 티볼리를 대하는 마음은 그 이상이라고 느꼈다.  덴마크인 삶의 일부로써 매우 친근하고 특별하며 소중한 곳이라는 느낌.  오랜 시간 함께해온 관계만이 누릴 수 있는 어떤 것.  티볼리는 정말 특별한 곳이다.   

저녁은 시내 Strøget 스토이이트 뒷 길 한 이탈리아 식당에서 먹었다.  저녁을 먹고 시내 교회 공연 안내 책자에서 본 파이프오르간 연주를 들으러 갔다.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S가 교회 앞까지 같이 가 주었다.  식당도 그렇고 어느 교회였을까 기억할 수가 없다, 전혀.  신기하네.  아무튼...  예전에 보면 서울에서도 가끔 교회에서 파이프오르간 연주회를 열고는 했다.  교회가 연주자를 초청하는 경우도 있겠고 연주자가 교회를 빌리는 경우도 있을테고.  갈 수만 있으면 잊지않고 찾아가고는 했었다.  지금은 좀 더 자주 연주회가 있으리라 믿는다.  그리 청중이 많지 않던 이런 연주회에도 지금은 교회 가득 사람들이 찾고 있지는 않을런지.  좋은 저녁이었다.  내가 있는 곳이 서울인지, 코펜하겐인지 잠시 잊어도 좋았다. 

< 사진 설명 >

1 - 13..... Statens Museum for Kunst 덴마크 국립 미술관
14 - 16.... Jerusalemskirke 예루살렘 교회 
               - "Guds nådegave er evig liv" 하나님의 선물은 영원한 삶이다(로마서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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