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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보니

[책] 피터 게더스, 노튼 삼부작

피터 게더스 Peter Gethers, 조동섭 역, 노튼 삼부작 Norton Trilogy : 파리에 간 고양이 &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 &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미디어 2.0, 2006


***  파리에 간 고양이, 2003

***  프로방스에 간 낭만 고양이, 2004

p.108

나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종일 에스프레소를 홀짝거리며 프랑스 사람인 척하는 것이 바로 관광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재니스는 하루에 박물관이나 유적을 몇 군데나 다닐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관광이라 생각했다.  루아르 지방에서 첫날을 맞아 우리는 타협을 하기로 했다.  일단 성 관광은 하되, 먼저 산책을 하고 먹고 마시고 프랑스 사람 흉내부터 내기로 한 것이다.

***  마지막 여행을 떠난 고양이,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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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여행기를 쓰면서 깊은그릇님과 얘기하다 생각났다.  '프로방스에 간 낭만 고양이(2004년판) / 프로방스에 간 고양이(2006년판)' 편에서 인용한 부분이 바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여행기 쓰면서 늘 애매한 건 내가 돌아다닌 방식이 단기 여행자 보다는 장기 거주자에게나 어울릴 법한 부분이 많다는 점이다.  예가 좀 이상하긴 하지만 가령 예전 아일랜드에 갔을 때 런던에서 응급실에 간 걸 시작으로 총 10명의 의사를 만나며 영국과 아일랜드의 의료 현황을 체험했다.  왠걸 역시나 덴마크에서도 병원 치료를 받았다.  아프고 불편하다는 건 귀찮기도 하지만 이게 되레 재미도 있다.  왠지 내가 현지 거주자 같아서.  또 여행기를 쓰면서 객관적(!)으로 인용하는 사실들이 읽는 사람이 그렇게 느끼는 것과는 달리 내게는 절대적으로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간단히 '신문값은 200원이다'라고만 쓸 때도 당연히 내게는 여운이 있어서 이미지와 감정이 스친다.  그러니까 '사과'라고 누구나 아는 단어를 써도 내 '사과'는 그 '사과'가 아니라서 그저 정보를 나열하는 건조한 글들도 내게는 맛갈스럽기만 하다.  그렇게 현지인들의 일상적인 일들이 내게는 일상적이 아니고, 동시에 누구에게나 일상적이다.  다시 돌아가 거주자 같았다는 그것도 내 생각이지 어찌 관광객 티가 안날까, 외국인이.  서로들 알고도 모른척하는 일이 참 재미있다.  매 때마다 수 많은 차원과 관계를 넘나들며 마치 물 속 물고기처럼 자연스러운 사람들을 보면서 늘 너무 경이롭다.  부럽다.  나 아닌 흉내를 내보기는 한다.  흉내는 그저 흉내고 그거참, 도저히 객관적이란 글을 못쓰겠다.  그걸 읽어내줄 사람을 기다리는 일.  블로깅. 

책은 무척 재미있어서 즐겁게 읽었다.  작가의 이력을 짐작할만했다. 

다시 보니까 우선해야할 전제들에 대한 정의가 빠졌다.  역시 글이 길어지겠다.  그래서 생략.  뭐, 내맘대로 블로그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