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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기(2010) - 피에솔레 Fiesole 1

이번 겨울 피렌체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날 춥고 눈 쌓인 때를 만났다 해도 무심하게 피에솔레 언덕길을 오르는 이가 없지는 않을테고...  음...  궁금하다, 어떤 분일지.  ^^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란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망설이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튼 기억하기위해 적는다는 첫번째 원칙을 따르기로 했다.  우선 피에솔레가 맞을지, 아니면 피에졸레일지 잘 모르겠다.  그렇듯이 다수의 한글 표기 방식에 따라 피에솔레로 적는다.  정보라는 관점에 충실하자면 피에솔레 관광의 시작점은 역시 미노 광장 Piazza Mino da Fiesole이다.  피렌체 시 산 마르코 광장에서 7번 버스를 타고 도착한 피에솔레 버스 종점이 바로 미노 광장이다.   

유적지 Area Archeologica 출입구 옆 피에솔레시 관광 안내 사무소가 제안한 관광 코스(
turismo_fiesole.pdf)는 세가지다.  아래 지도 참고.

1) 자주색 점선 - 언덕길
(Via San Francesco)을 올라 전망대와 산 프란체스코 교회 및 수도원 Chiesa e Convento di San Francesco, 공동묘지 il Cimitero di Fiesole, 성벽 Mura di Fiesole(Via Mure Etrusche) 길을 지나 다시 광장으로 돌아오는 코스.  약 1Km

2) 파란색 점선 - 광장에서 아랫길(Via Vecchia Fiesolana)로 내려가 빌라 메디치 Villa Medici 등 저택 정원들을 돌아보며 산 도메니코 교회 및 수도원 Chiesa e Convento di San Domenico까지 걸어가서 7번 버스 타고 피렌체로 돌아오는 코스.  약 1Km 

3) 초록색 점선 - 기마 동상(
가리발디 Giuseppe Garibaldi와 엠마누엘 2세 Victor Emanuel II가 테아노 Teano에서 말을 탄 채 악수하는 모습)과 시청 Palazzo Pretorio을 마주 보면서 그 오른쪽 길(Via Giuseppe Verdi)을 따라 몬테 체체리 Monte Ceceri까지 갔다가 미노 광장 왼쪽길(Via Antonio Gramsci)을 따라 돌아오는 코스.  약 2.5Km

4) 마지막(?)으로 미노 광장과 주변 유적지 및 박물관.  물론 유료.

피에솔레시 관광 안내지 turismo_fiesole.pdf
피렌체 여행기를 시작하면서 '안다고 하기도 그렇고 전혀 모른다고 하기도 그런 어정쩡한 상태로 여행을 시작했고 그렇게 마쳤다'고 했었는데 꼭 그렇다.  기억에 있던 곳은 Via San Francesco와 전망대 그리고 산 프란체스코 교회였고 가려던 곳은 Via Vecchia Fiesolana와 빌라 메디치란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그정도면 나름 충분하다 할 수도 있겠지만 정작 진행 방향과 위치를 모르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지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저 잠시만 들릴 작정에 별생각 없던 탓이다.  마음이 급해선지 유적지 바로 앞까지 갔었음에도 관광 안내 사무소를 보지 못했다.  더 우스운 건 물어보는 사람마다 현지인이 아닌거다.  ^^;  시간 여유를 두고 갔었으면 좋았을 것을 11시 호텔 체크아웃 전까지 돌아오려니 2시간여가 고작이라 아쉬움이 있었다.

아무튼 다소 당황한 탓일뿐 산 프란체스코 교회 가는 길을 찾는 건 아주 쉽다.  사진에서처럼 광장에 있는 종탑이 멋진 대성당 Cattedrale di San Romolo 옆 안내표시가 눈에 잘 띄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마음을 다~ 비우고 태평하게 언덕길을 걸어 올랐다.  ^^

 
아침이라선가 한가하고 좋았다.  그저 눈인사 정도였지만 만난 사람이라고는 단 한 명, 프란체스코 수도회 Order of Friars Minor/ Franciscans 수사였다.  거참, 좋기는 좋았지만 부러 피해다니는 것도 아니건만 늘상 이모양으로 한가해서야.  그래도 사람들을 무지(?) 만난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묘하게도 피에솔레 공동묘지 il Cimitero di Fiesole 였다는...  ㅡㅡ;

언덕길(Via San Francesco)을 올라 전망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피렌체 시를 조망하기 좋다는 장소라면 이미 여러 곳에 가보았고 그때마다 그 느낌이 달랐지만 이곳에서 보는 경치 또한 참 괜찮았다.  사진에서 멀리 피렌체시 두오모가 보인다. 


계속 언덕을 오르자 계단 옆 오른쪽 산 알레산드로 교회 Basilica di Sant'Alessandro 를 만났다.  고대 유적 위에 세운 오래된 교회라는데 간혹 열리는 전시회가 있는 기간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역시 들어가 볼 수 없었다.  전시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

      
그리고 꼭대기 산 프란체스코 교회 및 수도원 Chiesa e Convento di San Francesco.  교회가 서기 전 에트루리아와 로마 시대에는 아크로폴리스였다고 한다.  멋있다.  교회는 작았다.  교회 개방 시간은 이곳에서(Fiesole Life & Art) 확인할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바뀔 수도 있다.


호기심 많은 관광객답게 제법 구석구석(?) 다닌다고 어두운 제단 뒤쪽까지 들어가 보기도 했다.  그밖에 교회 2층과 수도원 안 교회 박물관을 구경할 수 있다.  교회 박물관 Museo Missionario Etnografico Francescano에 들어가려면 좀 더 운영시간에 유의해야한다.  도착한 때는 아래 사진에서처럼 수도원은 닫혀 있었고 들어가보지 못했다. 
박물관 운영시간은 검색 사이트마다 약간 달랐지만 피에솔레 시 홈페이지 안내를 기준으로 9시30분 ~ 12시 / 14시30분 ~ 18시이고 월요일은 휴관이다.  교회미사시간은 일요일 11시.


교회 2층은 수도자들의 방이었다.  위 사진에서 왼쪽에 보이는 계단을 올라가면 된다.  산 마르코 박물관이 떠올랐고 연상은 자연스럽게 프라 안젤리코(Giovanni da Fiesole / Guido di Pietro / Beato Angelico / Fra' Angelico)로 이어졌다.  비록 그가 묻힌 곳은 로마지만 피에솔레하면 으레 프라 안젤리코가 떠오른다.  그의 이름 때문이기도 하고 그의 삶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축복받은(Blessed) 자이다.  피에솔레 행 7번 버스의 출발점이 그의 깊은 신심과 높은 예술향으로 충만한 산 마르코 박물관 앞 광장이라는 것 역시 재미있었다.  수도자들의 방은 작았고 간단한 가구들 외에는 별다른 것 없이 단출했다.  인상적인 것은 텅 빈 그 자체, 그리고 장식없는 흰 벽에 그려놓은 성화.  어쩌면 그들 삶의 전부이기도 했을 터이고 내게는 그저 스쳐가는 그림일 뿐이고...  음...


참고로 산 마르코 박물관 사진 몇 장


자, 이제 어떻게 미노 광장으로 돌아가야할까?  물론 걸어 올라왔던 길을 그대로 되짚어 가면 되겠지만 내키지 않았다.  대신 산 프란체스코 교회 건물 맞은편, 회랑과 잔디밭을 지나 알 수 없는 숲 속 공원 길로 내려섰다.  오래된 동네라는 건 어디로든 길이 통한다는 뜻이다.  이는 어릴적 틈나는대로 쏘다녔던 서울 골목길에 대한 추억 덕분에 얻은 교훈이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하긴 대부분 재개발로 사라져 버렸으니...  아무튼 나중에 피에솔레시 관광 안내 사무소에서 받은 관광안내지에 나온 자주색 점선 표시길 그대로였다.  모든건 우연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