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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보니

[책] 정희성, 돌아다보면 문득

정희성, 돌아다보면 문득, 창비시선 291, 파주:창비, 2008

p.15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11월은 모두 다 사리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남아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지금은 어디에 머물렀을까
어느덧 혼자 있을 준비를 하는
시간은 저만치 우두커니 서 있네
그대와 함께한 빛났던 순간
가슴에 아련히 되살아나는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빛 고운 사랑의 추억이 나부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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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낭송「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
[음반] 정희성 시낭송집 - 저문강에 삽을 씻고, DreamBeat, 2007/05
[음반] 김원중, 느리게 걸어가는 느티나무 5집, SonyBMG, 2008/11
래듣기 - 백창우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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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 원주민 아라파호족은 11월을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라 부른다>란 주석으로 끝나는 정희성의 시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이다.  대개 그의 시는 쉽고 진솔하고 그 소리를 지나 사람 냄새 밴 세월과 삶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어 좋다.  같은 말일까 다른 말일까 가령 신용목 시인과는 참 다른 모양새다.  아마 그래서 떠올랐겠지만.  이 젊은 시인이 빚어낸 현란한 한국어가 또 좋다.  제목에 <11월>이 들어간 시를 <1월>에 듣는 이다운 취향이랄지 모르겠지만 일부러는 아니고 역시 좋은 게 너무 많은 탓이다.  ^^;

친구가 그랬다.  "황혼은 구름이 있을 때 더 멋있는 거 같아, 안 그냐?" 

그때 문득 이 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이어진 그림은 씨우닫 델 에스떼 Ciudad del Este 시.  무엇을 보았건 황혼은 아름답다.  그건 그렇지만 친구, 가끔 나는 사람도 아닌 듯 싶구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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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희성 시낭송집에 실린 백창우의 노래가 참 좋다.  직접 올릴 수도 없고 부러 인터넷을 뒤져 링크를 걸어 보았다.  언제까지 살아있을런지는 모르겠다.  시인이 직접 낭독한 시낭송도 좋다.  정작 시낭송집에 없는 정희성 시인이 낭독한 시 '11월은 모두 다 사라진 것은 아닌 달'은 문장 홈페이지에서 찾아 링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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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직 동짓달인 거 맞다.  설까지는 한 달 넘게 남았으니까.  게다가 의문도 있다.  잉카도 아니고 당시 북미 원주민 입장에서 그 11월이 그 11월일까???  궁금하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