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걷다보면

아르헨티나에서 장거리 버스 타기 1

남미를 여행한다면 장거리 교통 수단이 필수적이다. 

남미란 말 자체가 이미 광활한 지역을 의미하지만 그저 남미의 어느 한 국가만 여행한다고 해도 대부분 그 국토의 넓이 자체가 한국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가령 한국이라면 20시간, 30시간 걸리는 버스 노선을 상상할 수 없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매우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흔히 예상 가능한 장거리 교통 수단에는 비행기, 렌터카, 버스, 열차, 배 등이 있을텐데 현지 사정에 맞춰 하나 하나 살펴보면 이렇다. 

우선 특정 지역을 제외하면 남미에서 열차 여행이란 건 거의 의미가 없다.  간단하게 남미에는 철도가 없다고 보고 시작하는 게 아예 속편하다는 말이다. 

배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존 강줄기를 따라 가는 노정 같은 남다른 경우라면 모를까 내륙 여행에서 일반적인 교통수단은 못된다.  참, 이번에 친구에게 들은 칠레와 아르헨티나 남쪽 파타고니아 행 유람선 얘기는 내 또다른 꿈이라고 해야겠다.  뭐 언제일지 기약 없는 나중 얘기다. 

마지막으로 렌터카는 이번에 이용해보지 못했는데 대신 지인들의 차를 빌었기 때문이다.  관광을 위한 이동 범위가 넓고 차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서 렌터카는 필수적인 면이 있다.  단지 주변 나라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로가 좋은 칠레나 아르헨티나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 완벽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각오하는 게 좋다.  하물며 그렇지 않은 국가들의 도로 사정이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 번호판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경우에 어쩌면 생각보다 자주 부딪게 마련인 지역 공권력과의 불협화음(!)은 남미의 일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상대적인 거지만 다르게 보면 범죄로부터 안전한 면도 있다.  남미에서는 버스안에서조차 강도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남미 친구들은 자기 차로 여행을 많이 한다.  그러나 말도 안 통하고 차를 나중에 반납해야 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답은 나온 듯 싶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가능한 선택은 버스와 비행기+렌터카(Fly-drive)다.  일단 타면 내내 자는 내 경우에 맞춰 보자면 비행기의 장점은 (범죄로 부터) 안전하고 이동시간을 줄여주어 몸이 편하다는 것이고 버스의 장점은 터미널이 가깝고 구석구석 가는 노선이 많고 값이 저렴하며, 숙박비까지 줄여준다, 관광시즌이나 특정일이 아니라면 예약 없이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리 표를 사야 확실하게 자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지만 말이다.  브라질 국내선의 경우 비행기 추락 사고 등 안전 문제에 대한 세간의 우려가 많고 이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어쨌거나 개인적으로는 잘 다녀왔으므로 넘어간다.  혹시나해서 덧붙이자면 난 비행기 타는 게 더 좋다.  한 시간이면 갈 걸 20시간에 간다는 건 좀...  ^^;; 

여기서는 아르헨티나에서 장거리 버스를 타는 경우만 얘기 하련다.  특히 다루고자 하는 내용은 여러 버스 회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경우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버스 회사는 어디인가 하는 것이다.  안전 운행, 신뢰성, 차 내 서비스 등과 같은 질(質)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요금만 보고 알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개인적인 견해일 수 있다는 점도 미리 밝혀둔다.   
 
남미에서도 아르헨티나는 자동차 도로가 잘 깔려있고 그래 그런가 장거리 버스 회사의 서비스 역시 훌륭하다.  듣기로는 마찬가지로 큰 국토 면적을 자랑하는 브라질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는데 비교하기가 민망하다고 한다.  대신에 브라질에는 비행기 노선이 많아서 그런지 공항이 정말 붐비고 복잡하다. 

아르헨티나에는 역시 수 많은 장거리 버스 회사가 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버스 터미널(레띠로) 홈페이지에 있는 버스 회사 목록을 보면 한 눈에도 100여 곳이 넘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살펴봐야 하는 건 물론 가고자 하는 목적지와 시간에 맞춰 운행하는 회사가 있는가이다.  독점 노선이라면야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만 만약 여러 회사 중에서 고를 수 있다면, 이런 경우가 보통이다, 다음 질문은 빈 자리와 원하는 좌석 등급이 있는 회사가 어디인가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각 회사의 서비스와 요금을 비교해 보고 버스를 선택해서 표를 사는 것으로 끝난다. 

원하는 좌석 등급이나 회사라면 몰라도 여행시즌이 아니라면 보통은 빈자리가 있다.  정작 문제는 이 모든 걸 한 눈에 알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다. 

터미널에는 각 회사마다 따로 따로 공간을 마련해서 영업을 한다.  따라서 표를 사려면 각자 알아서 각 회사 창구마다 돌아다니며 알아보아야만 한다.  무려 100여 개의 버스 회사가 있는데 말이다.  결국 마지막 질문이 처음에 해야만 하는 질문이 되고 만다.  어느 버스 회사부터 알아보아야 하는가 하는 바로 그 질문이다. 



이번 여행에서는 다음 네 회사의 장거리 버스를 이용했다.  비아바릴로체 Via Bariloch, 안데스마 Andesmar, 까따 CATA,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라 아순시온 Nuestra Señora de la Asunción.  먼저 말하자면 <비아바릴로체>와 <안데스마>는 우선적으로 고려해도 좋은 회사로 추천한다.  반면 <까따>는 되도록 피해야 한다.  이용 가능성은 드물지만 아무튼 <누에스트라 세뇨라 데 라 아순시온>은 차선으로 괜찮다.

네 회사를 비교하기 전에 먼저 간단하게라도 아르헨티나에서 장거리 버스 타기에 대한 일반적인 얘기부터 하는 게 낫겠다.  잘 아시는 분은 통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