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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남미 5개국 여행기(2008) 02.1 - 포스 도 이과수 Foz do Iguaçu

2008/6/29 ~ 7/1 : 전편

이번 여행은 개인적으로 여러면에서 남다른 시간이었다.  우선 내내 친구와 함께, 한국어만 쓰면서 다녔다.  현지에 사는 많은 한국사람을, 오직 한국사람들만(!), 만났고 짧은 기간 5개국이나 거치면서 국경을 넘어 밤새 달리는 장거리 버스에다 비행기까지, 무슨 비지니스처럼 자못 거창했다.  오고 가는 비행기조차 9번이나 갈아탔으니까.  게다가 사람들로 붐비는 유명 관광지라니...  딴 세상이라도 열렸단 건가?  ^^  평소 나는 늘 혼자였고 한국사람은 커녕 한국어조차 한 마디 안 하면서 주로 한 나라에만 머물렀다.  이렇게 예전과는 달라도 참 많이 달랐으니 어찌보면 할 말도 참 많겠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다른 것이 다른 것이 아닐 때에야 비로소 말이 길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가 시간은 한참 지나고, 지금에서야 그 시간들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

어릴적 친구를 다시 만난 건 이 십 년도 넘은 세월이 흐르고 나서다.  그동안 연락이야 주고 받았다지만 단 한 번도 직접 만나러 가지는 못했다.  늘 미안했기에 그 기쁨은 여행 그 자체보다 값진 것이어서 다 털어낸 듯 마음이 무척 가볍다.  그런 까닭에 이번 여행은 사실 할 말이 별로 없다.  ???

있다는 것인가, 없다는 것인가?  오늘은 그저 시절 인연을 따를 뿐...  ^^ 

다 알다시피 한국과 남미는 지구상에서 정확히 서로 반대편에 있다.  밤과 낮이 뒤바뀔만큼 멀어서 비행기로 단순히 오가는데만 며칠이 걸릴 정도다.  지난 얘길 하자면 한때 비자 문제조차도 매끄럽지 않아서 브라질은 2002년 5월, 아르헨티나도 2003년 12월에야 비자가 필요 없어졌다.  마음에서도 먼 만큼 대개는 가보기가 쉽지 않다.  => 요즘은 남미 여행이 붐이다.  서점에 즐비한 책들을 보노라면 정말...!  ^^

이번 여행을 위해 따로 준비한 건 딱히 없지만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는 바꾸었다.  덕분에 휴대전화 로밍의 즐거움을 맘껏 누렸다.  물론 휴대전화가 지겨운 분이라면 일단 패스~~!  당시 비록 KTF가 3G 서비스라는 Show 브랜드를 시작한지 일 년 이상 지난 시점이었지만 처음에는 설마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다.  웬걸, 직접 경험한 결과 홍콩,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브라질 상파울로, 포스 도 이과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멘도싸, 칠레 산티아고, 발빠라이소, 우루과이 꼴로니아 사끄라멘또, 파라과이 아순시온, 씨우닫 델 에스떼  그리고 중간중간 지났던 남미 여러 도시들에서 모두 잘 터졌다.  한국은 물론 덴마크 등 제3국과도 문제 없었다.  적어도 문자 메세지와 현지 시간 표시 등은 확실했고 모든 곳에서 해보진 않았지만 음성통화 역시 마찬가지라 믿는다.  그보다는 요금에 더 주의가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편하고 좋은 반면 음성 통화 요금이 엄청나기(진짜!) 때문이다.  =>  이 얘기가 오늘(2009/10/09) 뉴스에 났다.  국정감사장에서다.  그리하여 미뤄둔 채 근 일 년이나 묵힌 이 여행기가 생각난 것이다.  마쳐야할텐데...  ㅡㅡ;;

편의성보다는 가격면에서 선불카드나 인터넷전화가 여전히 요긴하다.  남미에서는 도시를 벗어나면 휴대전화가 안 되는 곳도 적지 않았다.  아무튼 꼭 필요한 상황이 있게 마련이라 휴대전화 로밍은 유용한 서비스다.  신용카드를 쓸 때 특히 좋았다.  신용카드 결제와 승인 취소 때마다 그 여부와 미국 달러로 환산한 금액까지 바로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물론 따로 가입해야하는 서비스다.  해외에서 카드 쓰실 분들에게는 필수 사항이다.     

신용카드와 현금카드를 바꾸고 추가한 건 거래 안정성 때문이다.  시스템 네트워크(Cirrus, Plus 등) 별로 한 장씩.  굳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사고를 대비해 따로 보관하려고 은행별로 추가 발행을 했다.  요즘은 목돈 쓸 일이 있다거나 하는 등등의 이유가 아니라면 적어도 일반적인 여행에서는 여행자 수표가 옛 말이 된 듯도 싶다.  다만 카드가 망가졌다든지 하는 만약이라는 게 있으니까 나름 유용하다. 

여행 관련 용품은 백화점뿐만 아니라 할인점마다 별도의 자리를 마련할만큼 좋아졌다.  무인양품(無印良品·일본 발음은 '무지루시료힌'·MUJI)도 쓸모 있고 트레블메이트 같은 전문점도 있겠고 물론 명품 매장도 있다.  광고 아님.  ㅡㅡ;; 

목적지는 이과수.  서울에서 이과수까지 비행일정은 앞서 적은 대로 다음과 같았다.

인천공항 (ICN) 출발 KE607 - 홍콩 Hong KongInternational Airport (HKG) 경유 SA287 -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Johannesburg ORTambo International Airport ORTIA (JNB) 경유 SA222 - 브라질 상파울로 São Paulo Guarulhos International Airport (GRU) 경유 JJ3557  - 브라질 포스도이과수 Foz doIguaçu Cataratas International Airport (IGU) 도착

대한항공으로 시작해 남아프리카항공(South African Airways)을 거쳐 땀 항공(TAM Linhas Aéreas)으로 끝난다.  평소 비싸서 안 타는 대한항공을 골랐다.  그 알량한(!) 마일리지 합산을 생각하면 아시아나가 낫지만 난 대한항공이 좋다.  그냥.  보딩패스를 발권하느라 헤매는 직원 덕분에 하염없이 서 있었다.  항공사마다 이용하는 컴퓨터 예약 시스템이 다른 거야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남아프리카항공과는 그 차이가 꽤 큰 것 같다.  만약 아시아나 항공이나 케세이 퍼시픽 항공을 이용한다면 이런 문제가 없다.  오래 기다리고서도 짐을 브라질 상파울로까지만 부칠 수 있다고 하니 이래저래 무지 귀찮다.  그건 그렇지만 난 대한항공이 좋다.  그냥.  이유없이.  그래놓고는 특별한 경우에만 대한항공 탄다.  가령 가격에 차이가 없다거나 혹은 비행 스케줄 때문이라거나...  왜냐하면...  비싸다.  ^^;;

그래도 굳이 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개인적인 결론은 이렇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몹시 예쁘다는 거.  아쉬운 점이 있다면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친철 서비스라는 건 대개 바라는 바와는 약간(!) 다르더라는 정도쯤.  친근하고 유능하고 편안한 친절 말이다.  어리고 세상 모르는 친구에게선 기대하기 힘든...  요즘은 결혼한 승무원이 많아졌다고 한다.  물론 결혼했다고 갑자기 세상을 다 이해하게 되거나 마음 씀씀이가 한순간에 성숙해 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런 소식을 들으면서 나름 긍정적인 바람을 가져보았다.  하지만 짐작컨데 승무원이란 직업은 결혼생활 특히 육아와 관련해서 힘든 부분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 항공사 서비스는 정말 정말 훌륭하다.  오해없기를 바란다.  단지 개인적인 생각일 따름이다.

헤드폰을 면세점에 사면 좀 쌀까 했는데 전자제품 코너가 생각보다 작아서 원하는 모델이 없었다.  역시 면세점의 꽃은 술과 화장품 그리고 명품류라는 현실.   

새로 신용카드를 발급하면서 일 년에 두 번 공항 라운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기에 아시아나 항공사 라운지 서비스를 이용해 보았다.  듣던대로 편안하고 좋았다.  안락한 분위기에 각종 음식과 음료를 무한 제공하고 각종 책자, 수면 안마실, 인터넷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사실 연회비 좀 더 들이면 공항 라운지 맴버쉽을 제공하는 카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정작 문제는 현실적으로 몇 년에 한 번 국제선 탈까 말까 하다는 거.  ㅜㅜ

이제 탑승이다.  참 오래(!) 걸린다.  ^^;;

여러번 환승하다보니까 재미있는 일도 있었다.  홍콩에서나 상파울로에서나 일일이 해당 항공사 공항 사무실을 찾아가서 보딩패스를 따로 받아야하는 것까지야 그런대로 괜찮다지만 상파울로에서 국내선 보딩패스를 받기위해 탑승 한 시간 전까지 기다려야하는 건 불편했다.  그 전까지 커다란 가방을 지고 끌고 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홍콩에서는 입국 게이트 번호와 환승 게이트 번호를 착각해서 일낼뻔 하기도 했다.  이유인즉 환승 통로가 구석 - 이유가 있다 - 인데다 안내 표시 역시 잘 보이지 않아서다.  동선에 문제가 있어서 실수하기 딱 좋다.  그리고 환승 게이트 번호는 왜 그리 바뀌는 건지...  남아프리카 항공은 번번이 출발시간이 되어서야 게이트 번호를 안내했다.  한 번은 보딩패스에 적힌 곳과는 반대편이라 뛰었다(?).  그나마 출발 시간이 앞당겨지는 일은 없었다는 게 다행이다.  아무튼 내내 전광판에 신경써야한다는 것도 편한 건 아니다.  하나 더.  남미에서는 비행기를 이용할 때조차 부친 짐 걱정을 해야한다고 한다.  도난 문제 때문인데 오죽하면 여행가방을 아예 꽁꽁 싸매는 서비스(Truestar)도 성업중이다.  그러고 보면 내내 짐 끌고 다닌 것도 나름 다행한(!) 일이었다. 

상파울로 공항에서는 현금인출기(ATM)을 이용해 브라질 돈을 인출했다 - 알아본 건 아니지만 한국에서 남미 국가 화폐를 환전할 수 있다면 아마 외환은행 본점 혹은 인천공항점에서나 가능하리라 짐작한다.  따라서 이렇게 현지 ATM을 이용하는 게 편하다.  ATM은 1층 입국장 바로 옆에 있는데 2,3 층에도 있다.  영어 표시가 없고 소액만 인출가능해 잠시 당황했다.  미리 사용 언어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카드를 넣으면 검색해서 화면에 자동으로 영어 안내가 나왔다.  원래 그랬었나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보다는 ATM 별로 회당 인출 가능 금액에 차이가 있어서 여러 ATM을 시험해봐야 했다.  물론 그때마다 수수료가 나가는 건 아니다. 

포스 도 이과수 공항에 도착한 건 자정이 훨 넘어서다.  친구가 공항에 없었다.  휴대 전화도 안 받는다.  호객하던 택시들도 다 사라지고 결국 텅빈 공항에서 경비원들 눈총 받으며 서 있어야 했다.  무작정 기다리자니 얼마나 평소와 다른 여행을 시작한 건지 알 수 있었다.  허물이라고 하긴 그렇고 아마 자연스런 모습이겠지.  비량(比量)이든 현량(現量)이든 배를 띄운다.  ...  다만 갈 곳을 모르겠다.  ...  그가 이 뜻을 알까?  ...  좋은 말이라고 믿어는 주겠지.  

늘 보던 사진보다는 훨 한국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 친구가 나타났다.  세상은 마냥 신기하다.  신기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그 자체가.  기쁘다.  살아 있으니 보긴 보는구나.  ^^

처음 느껴본 남미의 공기는 축축했다.  그 후로 멘도싸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그랬다.  내가 느끼기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건조한 편이다.  축축한 곳에서는 만물이 생장하지 않을까?  마치 날이 선 칼에도 이슬이 맺히듯이 이곳에서는 나도 너그러움을 길러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이 미처 이어지기도 전에 곰팡이가 피고 말았다.  눅눅한 느낌에 영 상쾌하지가 않은 것이다.  한심하구만.       

공항에서 돌아오는 밤 길은 텅비어 있었다.  친구가 도로변 십자가 얘기를 했다.  이곳에서는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한 곳에 십자가를 세운다고 한다.  어둠속에서 하얀 십자가들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오싹하기보다는 그저 씁쓸하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는가, 이제. 

잠들지 못하고 친구의 아내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한 밤에 이렇게 서로 인사를 나눈다.  친구의 아내를 만나는 건 처음이다.  늘 궁금했다.  내 한심한 친구와 결혼해준 고마운 분이 아닌가.  한국어가 많이 늘었다고 하시는데 겸손한 말일 뿐이다.  이번 여행에서 안 거지만 놀랍게도 현지에서 만난 한국인들은 모두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능숙했다.  이민 생활 수 십 년인 분들은 물론 현지에서 나고 자란 어린 친구들까지 모두 한결 같았다.  게다가 한국 가요가 아닌 현지 음악을 듣는 한국인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두 나라 말과 문화에 두루 능숙하다는 건 참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어쩐지 내 눈에 현지 한국인과 남미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서로 딴 세상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남미에서 브라질 출신 한국인만 한국어를 잘 못한다고 한다.  그래서 난 브라질에 가보고 싶어졌다.  물론 포스 도 이과수 역시 브라질이지만 왠지 국제적인 느낌이라...  아, 그게 또 브라질인가?  나는 무지 단순한 사람이다.  아무튼...

친구와 친구의 아내는 무척 행복해 보여 기뻤다.  십 년을 함께 한 부부라는 건 남이 상상할 수 없는 그들만의 세계가 있는 법.  무릇 존재가 가지는 그림자 역시 그대로 그 세계가 가진 모습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언제일지 몰라도 '동거'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하고 싶다.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은 모두 훌륭한 사람들이다.  보는 내가 행복하니까.  제발 모두 편안한 마음으로 잘 들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게 정말 좋은 일 하는 거다. 

참, 앞서 모두를 뭉뚱그려 한국인이라고 한 건 편의상 그랬다.  실제 국적은 다양하다.    

자, 우선 좀 자야겠다.  잠을 깨고 아침을 맞으면 이과수 폭포가 눈 앞에 나타날 것이다. 

...

예방접종에 대한 얘기가 빠졌다.  중남미를 여행하려는 사람은 적어도 출발일 두 달 전에는 미리 국가 질병관리본부 해외여행질병정보센터 홈페이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세하기는 미국 질병관리센터가 낫다.  여행기간이 남미 현지 기준으로는 겨울이고 여행지역이 주로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칠레 등이라 괜찮을 것 같기는 했지만 파라과이와 아르헨티나 북쪽 지역을 갈 수도 있고 브라질 포스 도 이과수 역시 파라과이와 인접하므로 예방 접종을 하기로 했다.  가장 신경쓰이는 건 황열병(Yellow fever)과 뎅기열(Dengue fever)이다.  다음은 말라리아, A형 간염, 파상풍, 장티푸스 등이다.  국립의료원 감염병센터 해외여행클리닉을 방문해 전문의의 상담을 받았다.  뎅기열은 예방 접종이란 게 없고 말라리아 예방약까지 먹기는 그래서 황열병, A형 간염 등 예방주사를 맞고 장티푸스 예방약을 먹기로 했다.  국립의료원을 방문한 그 날 모든 접종을 한번에 마쳤다.  황열병의 경우는 증명서도 필요하므로 국립의료원이나 각 지역 검역소에 가야 하지만 다른 것들은 지역 의/병원에서도 예방 접종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소아과 병원에는 다 있다.  말라리아 예방약의 경우도 대개 종합병원에서 구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여행 출발일 두 달 전에는 여행 클리닉 전문의와 이 문제에 관한 상담을 하고 필요한 예방 접종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