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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 24 - 코펜하겐

2004년 8월 12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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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가방이 너무 무겁다기에 혹시나 싶어 집에 있는 저울로 무게를 달아보았다.  항공권에 표시한 허용 무게 초과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그만이지'라고 했더니 우편요금보다 훨 비싸다며 말린다.  결국 카탈로그를 모두 버렸다.  어떻게 여행기를 썼나 모르겠다. 

비행기 타기 전에 다시 한번 코펜하겐을 돌아보고 싶어서 좀 일찍 출발했다.  혼자 가도 충분한 일에 두 명의 S와 동행이다.  며칠 전부터 괜찮다고 몇 번이나 말렸지만 굳이 볼 일 있다며 자신의 차에 짐을 실으셨다.  나중에 뉘하운에서 다시 만나 공항 가면서 들어보니까 그냥 코펜하겐 교외에서 시간을 보내셨다고 한다.  참네.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아무튼,

혼자서 한나절 코펜하겐 시내를 둘러보았다.  추억을 더듬는 기분이다.  이 골목 저 골목 사진도 찍어 보고 백화점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사먹기도 하고 그렇게 다녔다.

Museum Erotica 성(性)박물관도 갔다.  개인적으로는,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돈 아까운 구경이었다.  성박물관은 원형탑(Rundetaarn/Rundetårn, Round Tower) 가는 길에 있어 쉽게 눈에 띄는 탓에 예전 처음 원형탑 가던 길에 들어가 이것 저것 물어보았었다.  얼마였나 기억은 안 나지만 홍보책자에도 써 있지 않던 입장료가 꽤 비싸게 느껴졌다.  그래 혼자말 했더니만 돈 받는 여자가 입장할 때 함께 나눠주는 인쇄물 가격도 포함하고 해서 전혀 그렇지 않다고 되받더랬다.  여하튼 뭣하러 가나 그랬던 것을 시간과 돈이 남아 결국 가보게 되었다.  덴마크 돈 되가져 가봐야 쓸 데도 없고...  나름 기대도 있었다.  무슨 역사 사회 공부하자는 게 아니라 진귀한 유물도 보고 또 아색기가 류의 유머에 실컷 웃다 나오면 좋겠다 했었는데 만족도가 낮았다.  심드렁하니 나이 먹은(!) 탓인지도 모르겠다.  ^^;;  요즘은 우리나라도 이런 류의 박물관이 많이 있고 덕분에 못가본 곳이란 흥미조차도 없어진 셈이라 달리 덧붙일 말도 없다.  구경이야 각자 취향이겠지만 나 같으면 딴 데나 가볼란다.

여전히 해는 저물줄 모르지만 어느덧 S씨와 만나기로 한 시간이다. 

거리에서 핫도그를 하나 샀다.  걷다 보니 어느새 N의 집 앞이다.  초인종을 누르진 않았다.  그냥 길 건너 맞은 편 화단턱에 기대어 천천히 핫도그를 먹었다.  N의 집은 참 조용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N의 집이 내 집처럼 그립다.  며칠 살았다고 이 알 수 없는 기분이라니.  다시 만나자, 우리.  -  다음해 서울에서 N을 다시 만났을 때 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


스칸디나비아 항공(SAS) 창구에서 탑승수속을 했다.  항공권과 함께 아시아나 항공 회원카드를 내밀고 마일리지를 적립해달라고 했는데 아시아나 항공이 어느 회사인지 모르겠다면서 여기저기 물어보더니 전화로 확인한다.  두 항공사는 모두 Star Alliance 소속이다.  알았다고 처리하면서 어느 좌석을 원하는지 손님에게 묻지도 않고 보딩패스를 내민다.  한 마디 하려다 원하던 복도측 자리(Aisle Seat)라 그만 두었다.  그래도 이 직원 짐이 무게 초과인데도 그냥 받아주었다.  뭐든 알아서(?) 척척이다.


오후스에서 항공권 예약 재확인(reconfirm)도 쉽지 않았다.  도무지 연결이 안 되어 여러번 전화해야만 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면서 덴마크 식구들이 한 마디 한다.  스칸디나비아 항공이 원래 그렇다고.  마일리지 역시 나중에 보니까 적립이 안 되어 있어서 탑승권을 아시아나 항공 측에 우편으로 보내어 처리했다.  글쎄, 지금은 좀 더 나은 모습이지 않을까?  ^^    

Tax Refund 부가가치세 환급을 위해 세관을 찾았다.  이런, 물건을 봐야 한단다.  짐은 벌써 부쳤는데.  난감했지만 사정 이야기를 할 수밖에.  다행히 금액이 크지 않아 세관 도장을 받을 수 있었다.  부가세 환급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아는 일이라 쓸 말은 없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Tax Free 라고 써있는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부가세 환급 수표(Refund Cheque)를 요구한다.  상점에서 이름과 금액 등을 적어 준다.  여권을 제시하는 게 좋다.  유럽을 떠날 때 이를 구입한 물건과 함께 세관에 보이고 수표에 도장을 받는다.  반드시 짐 부치기 전에 물건과 함께 환급 수표에 세관 도장 받는 거 잊으면 안 된다.  이를 가지고 부가세 환급 창구에서 환급 받을 수 있다.  3년 전에도 처리했으니까 문제는 없으리라.  국내에서는 하나 은행에서 했었는데 지금도 그런지는 모르겠다. 

공항까지 마중 온 S씨와 S와 나는 내게 남은 덴마크 돈을 다 털어 음료수를 한 병씩 마시며 이별을 했다. 

덴마크 현지 시간 20시 55분 비행기(SK 995) 탑승, 13일 금요일 중국 현지 시간 11시 50분 북경 도착.  공항에 내리니까 아시아나 항공 보딩 패스를 내미는 직원이 있었다.  그래봐야 수속을 대신 해주는 건 아니다.  전처럼 서류를 작성하고 짐 검사하고 등등 절차를 밟아 아시아나 항공 게이트로 갔다.  다시 15시 50분 비행기 탑승(OZ 334), 한국 현지 시간 18시 25분 인천 공항 도착.  집이다.

날이 차다.  턱에 차 허덕이던 지난 여름 더위조차 꿈처럼 아득한데, 덴마크라...  글쎄... 

이제 2008년이다.  심노숭의 글(눈물이란 무엇인가, 태학사)이 떠올랐다.  '한번 떠나니 결국 다 길 지나는 사람과 같을 뿐(一去皆路人耳)'이라면 사람이랄순 없는 일.  다시, 가야 하지 않을까?  ^^ 


-  필요할까 싶어 쓰지 않았었는데 심심해서 다 알 일을 덧붙인다.  비행기 좌석은 사실 처음 예약할 때 같이 잡을 수 있다.  무슨 말인가하면 일찍 예약하면 할 수록 원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뜻이다.  두 세시간 정도의 짧은 비행이야 굳이 자리의 좋고 나쁨을 따질 이유가 없지만 10시간 가까운 또 그 이상의 시간을 내내 이코노미 좌석에 앉아 있어야 한다면 얘기가 다르다.  물론 일등석이나 비지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는 경우라면 상관 없을 수 있다.  아무튼 복도(Aisle) 자리냐, 창가(Window) 자리냐 부터 시작해서 아예 47C나 62A 이렇게 좌석번호를 찍어 정할 수도 있다.  탑승할 비행기의 좌석 지도는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나 Seat Guru 같은 사이트에서 볼 수 있다.  따로 좌석지도를 구하지 않더라도 해당 항공사 홈페이지에서 그림을 보면서 좌석을 정할 수도 있고 해당 항공사가 이용하는 컴퓨터 예약 시스템(Computer Reservations System: Amadeus, SABRE, Galileo 등)의 일반인 이용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SABRE'라면 Virtualy There, 'Amadeus'라면 Check My Trip 하는 식이다.  하지만 장거리 비행의 경우 중간에 갈아타면서 여러 항공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고 대개 여행사를 통해 비행기표를 예약하고 사기 때문에 그때 여행사 예약 담당 직원에게 얘기하는 게 제일 편하다. 

그럼 어느 좌석이 좋은 좌석인가하는 문제만 남는데 제일 좋은 건 역시 출입구(Exit) 옆 좌석이다.  거의 이의가 없을 것이다.  다음은 소위 벌크해드(Bulkhead) 좌석인데 맨 앞자리고 칸막이 바로 앞이다.  좋은 자리이긴 한데 호불호가 있다.  아무래도 화장실과 조리실(Galley)에 가깝다보니 사람들로 붐빈다.  애 있는 어머니들께나 양보하고 싶다.  그밖에는 대개 비숫한데 항공사마다 주의할 좌석이 몇 가지 있을 따름이다.  예를 들면 양 끝 부분이 아닌 가운데 부분 좌석의 경우 각종 설비 탓에 발 뻗을 공간이 없거나 좁은 경우가 종종 있는데 항공사 좌석 안내에서도 미리 확인할 수 없는 게 보통이다.  좋은 좌석은 언제나 드물다.  애초에 포기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그냥 양 끝부분 좌석 중에서 조용한 열 복도쪽 자리를 주문하고 만다.  뭐, '운'이 좋으면 출입구 옆 자리에 앉을 수도 있고...
 
어찌보면 그보다는 예약 전에 해당 항공사 좌석의 앞 뒤 좌석간의 간격과 좌석폭에 유의하는 게 더 나을지 모르겠다.  선택할 수 있다면 보다 좋은 좌석을 제공하는 항공사를 고르면 되니까.  아니면 싼 게 무조건 제일 중요하거나...  귀마개, 소음 차단 헤드폰, 수면 안대, 덧버선, 슬리퍼 등도 편안한 여행을 위해선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나 옆 좌석에 같이 앉아 가는 승객이다.  가령 쉼 없이 떠드는 단체관광객 사이에 낀다는 건 악몽이다.  결국 무엇보다도 '운'이 제일 중요한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



< 사진 설명 >

1 - 3 ..... 고속도로 휴게소 주유 모습
4 - 7 ..... Storebæltsbroen 다리 (Fyn 퓐섬 - Sjælland 셸란섬)
8 - 10 .... Storebæltsbroen 다리 톨게이트
11 ......... 왕립 도서관 Det Kongelige Bibliotek 맞은 편
12 - 32 ... 왕립 도서관 Det Kongelige Bibliotek
33 - 78 ... 코펜하겐 시내 풍경
40 - 50 ... 원형탑 / 삼위일체교회
68 - 71 ... 코펜하겐 시청
79 - 89 ... 북경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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