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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기(2010) - 살토 '최후의 만찬' Museo del Cenacolo di Andrea del Sarto 1

살토의 최후의 만찬 Museo del Cenacolo di Andrea del Sarto

피렌체 여행 일정에서 밝힌대로 비록 길지 않은 체류기간이었지만 박물관과 미술관을 꽤 여러 곳 가보았다.  만약 가장 좋았던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한마디로 이 곳 '안드레아 델 살토의 <최후의 만찬> 박물관'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분위기가 그랬다는 말이다.  태산목이 흐드러진 마당을 지나 뒤적여도 몇 자없는 방명록에 이름을 남기고 작은 박물관 속 긴 복도를 걸어 나갔다.  늘어 선 채 숨 없는 공간을 채운 이는 지금 나 하나.  침묵과 고요 속에 더불어 되살아난 그림들을 마주한다.  물 흐르듯 시간이 간다.  사실 그럴 것 같아서 갔지만 어찌 이다지도 분위기(!)에 약한 것일까?  내 것이 좋은 법이다.  안드레아 델 살토(1486/87 – 1530/1531)와 그의 작품에 대한 얘기는 생략.    ^^;; 


설명이 필요없는 우피치 미술관.  전시 작품들 모두 훌륭했다.  문외한인 나조차 익숙할 정도로 유명한 그림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전시물 역시 뛰어났다.  꼭 가봐야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안타깝게도 시장 바닥 같았다.  단체 관광객은 또 왜 그리 많은지 가이드 따라 이리저리 우르르, 전시 그림에 다가서기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은 오전이건 오후건 마찬가지였다.  뭘 보고 있는 건지 정신은 없고 나는 자꾸 지쳐만 갔다.

도톨이 키재기지만 조금은 덜하다 싶은 아카데미아 미술관.  그래도 특히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주변은 정말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그 정도는 아니라도 피티 궁전 전시실도 마찬가지다.  그 큰 보볼리 정원 안에서도 사람들과 마주치는데 어찌 안 그렇겠는가.  반면 바르젤로 박물관과 산 마르코 박물관 쯤 오면 살만하다.  바르젤로 박물관 1층은 참 묘한게 사방 출입구 유리문 마다 들여다 보는 사람들로 빼곡하다.  유리문을 뚫을 듯한 사람들 시선 사이로 돌아다니자니 자못 민망한 구석이 있다.  나는 배우인가 아니면 관객인가.  어찌보면 베키오 궁전과 메디치 리카르디 궁전보다도 오히려 관람객이 적은 듯 싶다.  고고학 박물관 역시 그만한 정도다.  그리고 다반자티 박물관.  규모도 아주 작고 구석이라선지 아직은 한가하다.  여기까지는 유료라는게 장벽이겠고 반면 관람료가 무료인 '살토의 최후의 만찬'은 두오모 주변 시내 중심에서 좀 떨어진 '산 살비 거리 Via di San Salvi'에 있다는 점에서 역시 거리가 문제일 것이다.  게다가 방 몇 개에 불과한 규모도 그렇고 앞서의 박물관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데다 '최후의 만찬' 벽화 하나 보자고 길을 나서기는 쉽지 않으니까. 

시간 반 정도 머무는 동안 나와 약 30분 후에 나타난 남녀 커플 이렇게 딱 세 사람 뿐이었다.  그나마 이 친구들은 오래 있지 않았고 결국 뒷방에 숨어 나와 보지도 않는 관리인 말고는 마지막까지 혼자였다.  세상은
내내 솜털을 셀 만큼 조용했다.  박물관이라기도 민망한 크기.  긴 복도가 하나 그리고 그 옆으로 복도 방향과 나란히 이어진 방 셋이 전부다.  '최후의 만찬' 벽화를 앞에 두고 오랜 시간 앉아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던 옛사람들은 다 어디 있을까?  채웠던 공간을 다시 비우며 돌아섰을 때 웃을 수 있다면 그도 좋은 일이리라.  그런 생각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