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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이탈리아 피렌체 여행기(2010) - 숙소 호텔 코시모데메디치 Hotel Cosimo de' Medici

호텔 코시모 데 메디치 Hotel Cosimo de' Medici

위 구글위성사진을 클릭해 크게 보면 왜 이 호텔을 선택했는지 그 이유를 누구라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에 노란선으로 피렌체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공항버스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길을 표시했다.  돌아가도 약 200미터 정도라 걸어서 한 3분여 걸릴까?  게다가 큰 길에 있어서 찾기 쉽고 밤에 다니기도 좋다.  이 호텔에 묵은 이유는 딱 이거 하나다. 

피렌체 공항 도착 예정 시간이 저녁 9시였고 공항 버스 출발 시간은 9시 반이라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 정류장에는 거의 저녁 10시에나 도착할 예정이었다.  일광절약시간(Summertime)이라지만 아무튼 늦은 밤 낯선 도시에서 짐은 짐대로 이고 끌면서 숙소 찾아 헤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다.  택시를 타거나 호텔에 '공항 마중 서비스 Airport Shuttle Service'를 신청하는 건 어떨까 알아보기도 했다.  물론 콘시어지 Concierge는 그러라고 있는 거지만 혼자 여행에 좀 과한 듯 싶다.  사실 피렌체 시내에 묵을 경우 짐이 아주 많다면 모를까 이 서비스가 꼭 필요한 건 아니다.  그 정도로 피렌체 시내가 넓은 것도 아니고 내 걱정이 꽤나 지나쳤다.  뭐, 이런 저런 궁리들이 다 여행의 즐거움(?) 아닐까?  ^^;  호텔마다 약간은 차이가 있겠지만 '공항 마중 서비스' 비용은 택시비보다 조금 더 비싼 정도였다.

호텔 정면 출입구 - 구글 지도에서

코시모 데 메디치 호텔은 작지만 나름 별 셋짜리 숙소다.  부대시설도 없고 건물도 오래 됐지만 기본적으로 있을 건 다(?) 있다.  노트북을 무료로 빌려주어 속도는 느렸지만 내 방에서 무선인터넷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은 7시 반부터 먹을 수 있다.  부페는 부페인데 크진 않고 그렇다고 그리 나쁘지도 않았다.  사진에서처럼 식당 테이블마다 과자와 차 등을 세팅해 놓아서 좀 달라 보이긴 했다.  고급호텔은 아니지 않은가?  아침마다 따끈한 핫초코를 주문해 마셨다.  ^^

식당 - 코시모 데 메디치 호텔 홈페이지에서

1인실은 정말 작았다.  대신 옛 집답게 천장이 무척 높고 구색이지만 발코니가 있어서 그나마 좀 나았다.  욕실도 역시 작아서 체격이 큰 사람이라면 샤워하기도 불편할 정도다.  다만 이탈리아답게 비데가 있었다.  전망이라고는 뒷마당이 고작이었는데 사실 예약할 때 안쪽 조용한 방으로 달라고 했었기 때문에 그 불만은 없다.  물론 싱글룸 위치가 원래 그런건지 예약 사항을 참고한 배려인지 알길은 없다.  ^^;  호텔 외부 유리창은 모두 소음방지창이라고 한다.    

    
호텔
숙박료는 싱글로 아침식사 포함해서 하룻밤에 65 유로를 지불했다.  숙박 예정일 3개월 전 예약 할인 가격이란다.  피렌체는 좀 가격이 있는 편이다.  예약은 호텔 홈페이지에서 직접 할 수 있다.  내 경우는 KLM 홈페이지에서 했다.  검색은 Dohop 에서 했고 마침 Booking.com 에서 올린 가격이라 KLM 비행기 좌석 지정할 때 같이 예약한 것이다.  혼자 여행은 전혀 경제적이지 않다. 

피렌체 시내는 크지 않고 또 호텔 등 숙소가 아주 많아서 잘만 찾으면 초행자라도 좋은 조건, 충분히 마음에 드는 숙소를 골라 찾아갈 수 있다.  물론 관광객 많은 도시라 미리 미리 알아보고 예약하는 편이 좋겠지만.  이 가격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호텔이 분명 있을 것이다.  우연인지 아침 식사 때 마주친 투숙객 대부분이 일본인이었다는 건 장점일까 단점일까?

이제 개인적으로 마땅치 않았던 점을 언급해야겠다.  첫째, 숙박요금 신용카드 결제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을 사전에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은 점, 둘째로 이와 관련해 또는 다른 내용으로도 호텔측과 사전 연락이 전혀 불가능했던 점, 셋째 투숙객의 요구에 부응하는 준비와 성의가 부족한 점 등이다.  우선 숙박 예정일 2주쯤전에 전체 숙박비 중 일부인 하루 숙박 비용만큼 호텔측에서 내 신용카드로 승인을 받았다.  이를 명시적으로 통보받은 바 없기 때문에 신용카드 해외승인 휴대전화 문자 메세지를 확인하자마자 계약서를 다시 확인했다.  작은 글씨로 호텔은 투숙객이 숙소에 도착하기 전에 예약한 신용카드로 미리 승인(pre-authorise)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는 간단한 문구가 있었다.  예약 때는 없었는데 확약 계약서에는 있어서 못 본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 주나 남았구만...  환불 조건도 확실하고 별문제는 없겠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록 결제와 관련해서는 호텔마다 정책이 다양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처음부터 명확했을 때 얘기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위해 즉시 호텔 앞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문제는 신기하게도 예전 예약 재확인 때와 달리 호텔과 이메일을 통한 접촉이 전혀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카드 승인에 대한 문의는 고사하고 피렌체 시내 관광을 위한 예약 문의 등 모든 연락이 완전히 불가능했다.  이런 곳은 처음이다.  체크아웃할 때 하는 말이 신용카드 승인을 받기는 했지만 청구하지는 않았다면서 숙박비 전액 결제를 요구했다.  한국에 돌아와서야 은행에 확인해볼 수 있었다.  다행히 맞는 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다른 것보다 호텔 측이 카드 승인한 시점에 마침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 명단이 넘어갔고 명단을 넘겨받자마자 호텔은 카드 승인을 신청한 것일 수도 있다.  호텔이 아닌 제3의 예약사이트에서 예약한 경우 숙박 예정일 인접해서야 호텔 측에 명단을 통보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거듭된 문의에도 호텔 측에서 시종 무응답으로 일관한 것은 유감스러운 일로 설사 오해라 할지라도 매우 곤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호텔에 도착해서는 식당 및 박물관 등에 대한 예약을 부탁했는데 이번에도 문제가 있었다.  호텔 측은 근처 식당 외에는 모른다고 딱 잡아뗐다.  거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그렇게 추천한 식당이 문 닫았다더라는 사실.  홀로 다른 식당을 찾아야했다.  또한 '브란카치 예배당' 예약을 부탁했는데 다음날 확인해보았더니 전화 해도 받지 않더라는 답변만으로 끝이었다.  할 수 없이 예약 못하고 간 교회에서 하는 말인즉 전화 예약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호텔 직원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투숙객을 위한 사전 준비도 성의도 없었다.  이렇게 어긋나는 일이 거듭 있고 보면 이 호텔에 대한 인상이 좋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 호텔에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만약 꼭 그래야 한다면 차라리 같은 장소에 있는 다른 호텔인 '호텔 알리나리 Hotel Alinari'에 시험삼아 숙박해볼 수도 있겠다는 정도쯤.  위치가 그렇다는 것이지 '호텔 알리나리'가 더 낫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보다 아직도, 굳이 역 주변에 묵어야할까?  ^^;;

객관적으로 말해서 서비스에 좀 문제가 있어 그렇지 다른 불편함은 크게 없었다. 
안내 데스크를 24시간 운영하고 체크아웃 이후에도 그날 저녁까지 가방을 보관해 주어 편리했다.  숙소 위치에 좀 더 가점을 주고 싶다면 선택할 수도 있다.  지리적 이점 외에 호텔 코시모 데 메디치는 한마디로 별다를 것 없는 그저 그런 호텔들 중 하나다.  딱히 좋다고 하기도 그렇고 또 딱히 나쁘다고 하기도 그런. 
                                                               
'코시모 데 메디치'는 말 그대로 메디치 가문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이렇게 연상을 이어가는 게 좀 억지 같기는 하지만 아무튼
피렌체라는 도시는 물론 이탈리아라는 나라를 처음 여행하는 사람으로서 그 시작인 첫 날 묵은 호텔 이름이 '코시모 데 메디치'라는 건 소박한(!) 우연이었다.  그 덕분인지 5박 6일 피렌체에 머무는 기간 내내 편안하고 익숙하고(?) 즐거웠다.  ^^

단기 렌트로 아파트를 빌려야지 했는데 못했다.  아파트가 제일 편한데 말이다.  피에솔레 '펜시오네 벤치스타'에서 자봐야겠다는 생각이 하나, 늦은 도착 시간과 역 주변 치안에 대한 과도한 걱정이 하나.  그랬다.  생각은 늘 많고 시간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