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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2010) - 베스터 호넘 Vester Hornum

베스터 호넘 교회 Vester Hornum Kirke
 

 

베스터 호넘 Vester Nornum은 정말 작은 시골 마을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리'나 '면'쯤 될까?  덴마크 율란 반도에서 좀 위쪽에 있다.  사람 사는 곳일 뿐 관광지는 아니다.  시골이라서겠지만 기억 속 띄엄띄엄한 집들을 떠올리며 게르마니아를 생각했다.  타키투스 Tacitus의 게르마니아 Germania (천병희 역)는 짧기도 하거니와 흥미로워서 아주 술술 읽힌다.  말도 많은 책이라지만 독일 나치도 아니고 그저 '북유럽 사람 사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서로 비슷한 구석이 있네' 하며 혼자 웃고는 했다.  일단 띄엄띄엄 떨어져 사는 것부터가 그렇다.  우리처럼 부대끼고 살 부비며 사는 게 아니다.  노르웨이를 여행할 때 황무지 외딴 집 굴뚝에 연기가 오르고 사람이 들락거리는 게 신기하기만 했었는데 그게 다 연원이 있구나 생각하면 참 재미있다.     

 

베스터 호넘 교회는 작은 시골 마을 교회다.  덴마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교회 묘지에는 그의 부모님이 묻혀 계신다.  물을 길어다 붓고 꽃을 묘지석 앞에 꽂는다.  잠시 눈을 감는다.  이제 이리저리 주변을 둘러본다.  온통 아는 이름들이다.   


리서바이 Risevej.  예전 이 길을 자전거로 달려 학교에 가던 아이가 있었다.  시간을 줄여 길이 좀 넓어진 거 외에는 크게 다를 바 없는 마을이 오늘은 다시 거리를 당겨 먼 나라 아무개와 짝인양 차를 따라 달린다.  달리면 달릴수록 가까와지는 것은 마을일까 마음일까.  띄엄띄엄한(!) 집들 주변 들에는 호밀이 빽빽이 자라고 있다.  수염이 군데군데 빛바래고만 어느 사내의 이야기. 

 

2010년 7월 29일 베스트 호넘은 화창했다.  오늘처럼 덥고 뜨거운 태양 아래서는 조금 감상적이어도 괜찮다.  달콤한 사탕처럼.  내게 덴마크는 이야기가 있어서 소중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