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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남미 5개국 여행기 02.2 - 포스 도 이과수 Foz do Iguaçu

2008/6/29 ~ 7/1 : 후편

Iguazú (스페인어), Iguaçu (포르투갈어), Iguassu / Iguasu (영어?), 이과수 (한국어: 현지에서 들어보니까 '이과쑤'가 원음에 가깝다.  발음에 강세가 단어 맨 뒤에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글에서는 관용적인 표기를 차용함) 

이과수 폭포 자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 걸쳐 있다.  그러나 강과 댐 등 지역 전체적으로는 파라과이까지 세 나라를 아우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관광 및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경을 맞댄 각 나라의 이과수 지역 관련 도시는 브라질 포스 도 이과수 Foz do Iguaçu, 아르헨티나 뿌에르또 이과수 Puerto Iguazú 그리고 파라과이 씨우닫 델 에스떼 Ciudad del Este 이다.  따라서 이과수 폭포에 가기 위해 이용할 수 있는 가까운 공항과 버스 터미널 역시 이 셋이다.  그러나 한국에서 바로 가자면 대개 포스 도 이과수 공항을 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뿌에르또 이과수 공항은 국내선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Buenos Aires 행 중심이고 씨우닫 델 에스떼 공항은 연결편면에서 포스 도 이과수 공항에 비할 형편이 아닐테니까.  사실 이과수 폭포 지역 관광을 위한 가장 큰 주요 거점은 바로 브라질 포스 도 이과수다.  아래에 편의상 위키백과사전과 각 공항별 홈페이지를 링크했지만 얻을 게 거의 없다.

브라질 : 포스 도 이과수 공항 Foz do Iguaçu Cataratas International Airport / Aeroporto Internacional de Foz do Iguaçu Cataratas (IGU / SBFI)
아르헨티나 : 뿌에르또 이과수 공항 Cataratas del Iguazú International Airport / Aeropuerto Internacional Cataratas del Iguazú (IGR / SARI)
파라과이 : 씨우닫 델 에스떼 공항 Guarani International Airport / Aeropuerto Internacional Guaraní (AGT / SGES)

이과수 폭포 관광은 전문가(!)인 친구 말에 따라 삼 일을 계획해 두었다.  이과수 관광과 관련한 모든 것이 궁금한 분들은 이 친구의 블로그(latinamericastroy.com)를 반드시 방문해 보시길....  아무튼 하루는 브라질쪽 이과수 폭포, 다음날은 파라과이쪽으로 씨우닫 델 에쓰떼 시와 이따이뿌 댐 관광, 그리고 마지막 날은 아르헨티나쪽 이과수 폭포를 돌아보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처음부터 나는 여행기간 3주 내내 포스 도 이과수에서 지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그때 친구가 한 말이 이것이다.  '사흘이면 볼 건 다 본다(!)' 

아마 봐야할 게 따로 있는가 보다. 

콩을 얻으려면 콩을 심고 팥을 얻으려면 팥을 심어야 한다.  콩을 심었는데 팥이 나거나 팥을 심었는데 콩이 나거나 하겠는가?  그렇지는 않다.  하면 콩 안에 콩이 있고 팥 안에 팥이 있다는 말인데 어찌 심고 가꾼다는 말인가?  콩 안에 콩이 있다면 스스로 콩이 될 것이고 팥 안에 팥이 있다면 스스로 팥이 될테니까.  물론 그렇지도 않다.  땅과 햇빛과 물과 온도와 그리고 탈이 없어야 콩이 콩이 되고 팥이 팥이 된다.  한마디로 때가 잘 맞아야 한다.  그렇다면 다시, 잘 맞기만 하다면 팥을 심어도 콩이 나고 콩을 심어도 팥이 날 수 있다는 말인가?  푸하하~~

봐야할 것이 따로 있다는 말 정말 책임질 수 있는 거냐?  ^^

결론적으로 친구 덕분에 이과수 관광을 아주 잘 했다.  역시 여행은 전문가(!)와 다녀야 한다.  친구의 블로그에서는 이과수 관광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순위별로 열거해 놓았는데 이과수를 여행할 사람이라면 반드시 먼저 살펴보아야 한다.  물론 항목별 순위를 꼽을 때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씨우닫 델 에스떼가 보다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한가롭고 거대한 폭포와 함께 놓고 보아서 그 극적인 느낌이 더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이과수 폭포를 보러온 거니까 시간만 괜찮다면 폭포의 브라질쪽과 아르헨티나쪽 모두를 가보는 게 우선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아르헨티나쪽은 트레킹이고 브라질쪽은 패키지 관광이랄 수 있겠는데 체험 관광과 영화 보기 정도의 차이랄까 당연히 아르헨티나쪽은 시간과 노력을 좀 더 들여야하는 반면
브라질쪽은 짧은 시간에 간단하고 편하게 볼 수 있다.  보다 효율적인 여행 동선을 미리 살펴본다는 점에서도 친구의 블로그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매우 유용하다.  필방!!
      

아무리 연락을 하고 지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오랜만에 만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 한 동네 친구라는 게 뭔지 마냥 편했다.  나만 그런가?  ^^  어색할거란 생각 자체를 애초부터 해본적 없다.  음, 하루만에 만나건 십 년만이건 큰 차이를 모르는 일도 드물지 않고 마치 고양이(!)인 것처럼 나고 자란 대한민국도 늘 낯설다 뿐이지 그렇다고 해서 아주 이상한 놈은 아닌 거다.  하긴 기억력도 별로고 글쎄, 혹시 백 년 후에도 마치 오늘인 것처럼 다리 밑에 서 있는 일은 없을라나?  미생(尾生)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쩌면, 어쩌면 말이다.  ^^;;

집에서 혼자 따뜻한 물 한 잔을 마시며 새로운
사랑(舍廊) 손님을 기다렸다.  함께 이 집에 묵으며 지낼 같은 처지의 식객(食客)이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도착했다.  미리 알지는 못했던 상황이었지만 설지는 않았는데 아무튼 이번 여행은 너나 네나 무작정 신세지자는 게 기본 정신(!)이라서다.  원래 이런 여행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돌아보니 덴마크에서도 내내 신세졌었고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이기야 마찬가지 아닌가?  하지만 어째 그런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지금이라도 맘편히 덴마크에 짐 풀 수 있으므로.  이번에도 친구나 친구 부모님 댁에 머물 때는 딱히 불편한 마음이 없었다.  남이긴해도 또 남이 아니라는 게 이런 경우 같다.  아니면 말고.  ^^

여호와의 증인 교인들간에는 이런 교류가 일상이다.  참으로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그러니 친구야 다른 생각이 있었겠지만 나는 나름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앞서 말한 대로 그렇게 살아보는 것 역시 이 여행의 한 부분이었다는 뜻이다.  남미는 한국과 정반대인 세상.  북반구에서는 한가하게 남반구에서는 바글바글.  내가 한가한 걸 좋아하는 건 맞지만 동시에 나는 내가 좋아하는 걸 좋아하지않는다.  기대대로(!) 여행 내내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

오늘 일정:
조류 공원 빠르께 다스 아베스 Parque das Aves -> 브라질 이과수국립공원 Parque Nacional do Iguaçu -> 3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국경 3 Fronteras(Hito Tres Fronteras 뜨레스 프론떼라스) -> 아르헨티나 뿌에르또 이과수 Puerto Iguazú 국경 면세점Duty Free Shop -> Mercure Grand Hotel Internacional Foz do Iguaçu 전망대 커피숍

엄청나 보이지만 브런치(Brunch)라고 해야할 아침을 먹고 느긋하게 출발하고서도 저녁을 집에서 챙겼다.  역시나 전문가의 안목이 빛나는 동선이었다.     

조류공원은 중남미의 많은 새들을 보고 직접 만져볼 수도 있는, 이과수 관광에서 뺄 수 없는 즐거움을 주는 곳이다.  특히 투칸(Toucan)과 벌새(Hummingbird)가 있어 좋았다.  중/남미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새가 이 둘 아닐까?  투칸은 인형 같은 생김새하며 머리를 스다듬어도 가만히 있는 모습이 정말 사람 마음을 빼았았다.  벌새는 또 어떤가?  사방에 날아다니는 벌새들이라니...  숨은 멎고 기분이 황홀하기까지 했다는 말씀.  공중에 정지해 꿀을 빠는 벌새들을 바로 눈 앞에서 본다는 건 정말 환상적이었다.  화려하기로야 앵무새 무리를 따를 게 없었다.  큰 우리 안에 들어가 서 있으면 정신없이 날아 드는 새들 덕분에 잠시 생각이란 걸 놓치곤 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건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 바로 앞이란 위치다.  다만 덧붙이자면 이 동네가 고단할 정도로 넓은 건 아니다.  ^^;

브라질 이과수 국립공원에서는 우선 버스를 타야한다. 
정문에서 폭포까지다.  폭포 구경을 위한 길도 잘 마련해 두었고 아무튼 걸을 일조차 거의 없다시피하다.  장대한 폭포를 두고 그림 같은 모습이라고 편한 느낌을 말하는 자못 아이러닉한 대비는 어쩌면 그 산물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늙은 이의 독백 같은 것이겠지.  한마디로 심드렁하니 감동이 없는 것이다.  ㅠㅠ 

또 다른 사족이라면 이런 걸지도...  먼 산을 바라보면 정작 산을 오르기 힘들고, 그저 한 발 한 발 내딛는데 집중하면 어느새 산을 넘게 마련이란 건 이해하지만 대체 그걸 왜 폭포 구경하는데 쓰느냐 이 말이다.  이래서 소금짐 지던 버릇으로 솜짐을 지다 치도곤 당한 이야기의 교훈이란 게 생긴 것이다.  때론 경험이 사람을 어리석게 만든다.   ㅡㅡ;;

폭포 구경하느라 겉옷이 다 젖었어도 기분과 날씨는 무척 상쾌했다.  국립공원을 나와선 가볍게 드라이빙하는 기분으로 3개국 국경(
3 Fronteras)이라는 곳, 아르헨티나 뿌에르또 이과수 국경 면세점 등을 둘러보았다.  유별이 유난한 국가 상징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중간에서 나라가 달라지는 모습 등은 뭐랄까 코믹한 느낌이라 이런 요란스러움은 그대로 유쾌한 얘깃거리다.  표시조차 없는 유럽과는 다르다거나 덜 세련되었다거나 하며 그 차이를 짚어 음미하는 이런 걸 두고 소위 와인을 즐긴다고 한다.  나아가 풍부한 상상력으로 남미의 보편성과 상징성까지 읽어낸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그래서 아마 나는 와인을 즐기지 못하는 가 싶다.  아무튼 그보다는 한가한 공원 경치와 분위기가 좋았다.  면세점은 무난했다.  이과수 구경와서 한국에서처럼 쇼핑하고 싶다면 추천한다. 

머큐 호텔 맨 위층에서 창 너머 포스 도 이과수 밤 거리를 내려다 보았다.  사진도 찍고 커피도 마시고 문득 오늘 하루가 꽤 길었던 느낌이다.  어두운 포스 도 이과수.  시골은 시골이다.  거리의 사람들이 마치 어깨(Bouncer)처럼 보이는 알싸한 밤이 깊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