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앉아보니

이니쉬티그 Instioge

한 눈을 거의 감은 채(!) 오랜만에 '아일랜드'란 말이 들어간 책을 읽었다. 

<임진평, 두 개의 눈을 가진 아일랜드, 서울:위즈덤피플, 2008>

같은 제목의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면서 접한 이런 저런 느낌을 감독 자신이 사진과 글로 엮은 수필집이다.  보고 싶다 그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영화 역시 보자면 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그렇다는 건데 아무튼 이런 말을 하는 건 그만큼 책 중간중간 툭툭 한글로 던져 놓은 아일랜드 지명들이 내게는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가보았던 더블린, 슬라이고, 걸웨이, 킬케니, 아슬론 등은 물론 둘린, 툴라모어, 코크, 도네갈, 데리 등 가보지 못한 곳 또한 마찬가지로 몹시 익숙해서 놀랐다.  하나같이 내 속에 살아 꿈틀거리면서도 한편 영 낯선 그 느낌이란 게 참 이상했는데 느낌을 설명한다는 것도 그렇고 아무튼 시간 같은 건 전혀 의미가 없었다.  다만 사람 마음이란 건 정말이지 12개인(?) 게 틀림없다.  싫은 건 싫은대로 좋은 건 또 좋은대로 함께...  그래도말이죠,  아일랜드에 다시 가볼 생각 같은 건 아직 없답니다.  ^^ 

덕분에 블로그에 쌓인 오래된 글들 중 하나를 덧붙여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을 내었다.  참, 저자가 도니골이라고 발음해서 웃었다.  부연하자면 정말 아일랜드에 다녀온 거 맞다.  ^^


-----------------------------------------------------------


지난 주말에 영화를 보았다. 

단짝 친구들 Circle of Friends (1995)
감독: Pat O'Connor, 주연: Chris O'Donnell / Minnie Driver

아주 오래 전 개인 홈페이지에서 내가 본 영화 속 아일랜드 Ireland에 대해 생각나는대로 쓴 짧은 글을 게시판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마침 그 기억이 떠올랐다.  물론 IMDB(Internet Movie DataBase)에서 검색하면 아일랜드에서 찍은 영화와 TV 드라마가 굉장히 많다.  그건 그렇지만 그때 게시판에서 언급했던 영화는 아래 다섯 가지였다.  찾아보니까 우습게도 당시 게시판을 백업해놓은 파일이 PC 한구석에 있었다.  그게 더 재미있는 일일런지도 모르겠다. 


말 없는 사나이 The Quiet Man (1952)
감독: John Ford, 주연: John Wayne / Maureen O'Hara

라이언의 딸 Ryan's daughter (1970)
감독: David Lean, 주연: Robert Mitchum / Sarah Miles

나의 왼발 My Left Foot: The Story of Christy Brown(1989)
감독: Jim Sheridan, 주연: Daniel Day-Lewis

굿바이 마이 프렌드 2 My Friend Joe (1996)

감독: Chris Bould, 주연: Schuyler Fisk

아일랜드의 연풍 Widows' Peak (1994)
감독: John Irvin, 주연: Mia Farrow


가끔은 내게서 아일랜드란 대체 얼마나 오래된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영화 <단짝 친구들>의 줄거리 같은 건 애초부터 관심 없었다.  여행 온 기분으로 영화를 봤다.  눈에 익은 촬영지들을 나중에 훑어보니까 익숙한 지명들이 보인다.  더블린, 이니쉬티그, 킬케니, 토마스타운...  물론 더블린조차도 멀다고 하긴 그렇지만 더블린 빼고는 모두 킬케니 주에 있어서 서로 아주 가깝다.  워터포드에서 이니쉬티그와 토마스타운 지나 킬케니까지 이어진 길이 떠오른다.  비록 영화를 통해서지만 이니쉬티그를 다시 보는 건 참 오랜만이다.  마을 잔디 광장, 수돗가, 교회에서 나오는 비스듬한 길, 주변 상점가 등 모두가 그대로인데 다만 그 상점이 그 상점이었는지만은 기억할 수가 없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  아마도 그래서 볼만했었겠지만...  지금은 또 얼마나 달라졌을런지 궁금해진다.  아일랜드 경제도 어렵다는 최근 뉴스에 눈이 간다.  잘 이겨내기를 바랄 따름이다.         
  

------------------------------------------------------


오락가락 영화 속 아일랜드(1999):

아일랜드와 관련있다거나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많이 있습니다.

최근에 많이 알려진 것은 '아버지의 이름으로',
'크라잉 게임', '마이클 콜린스' 등등이 있습니다.
'파 엔드 어웨이'나 '브레이브 하트'같은 영화는
아일랜드에서 찍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 생각나는 것은 '말 없는 사나이(The Quiet
Man)'입니다.  존 포드의 영화로 존 웨인과 모린 오하라가
남녀 주인공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아일랜드 서부 매요
(Mayo)주의 콩(Cong)이란 마을에서 찍었답니다.

다음은 '라이안의 딸(Ryan's Daughter)'로 데이비드 린이
감독한 영화입니다.  이번엔 아일랜드 서부 케리(Kerry)주
딩글반도(Dingle Peninsula)에서 찍었다는데 앞선 영화도
그렇고 오래전이라 내용은 희미해도 배경이던 장한 경치가
눈에 선합니다.  두 영화 모두 TV에서 방영했었습니다.

모두 지난 여행에서 빠진 서부 지역이군요.

'나의 왼발(My Left Foot)'이 생각납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가 주연한 감동적인 내용입니다.  더블린 여러 곳
에서 찍었다기에 생각해 보지만 여기저기 비슷할 뿐
정확히는 모르겠군요.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고깔지붕을
인 구조물이 선 푸른 언덕이 나옵니다.  이곳은 더블린
남쪽 킬라이니(Killiney)입니다.  킬라이니 언덕에 올라
만(灣)을 바라보면 한 눈에 들어온 경치가 참 좋습니다.

'굿바이 마이 프렌드 2(My Friend Joe)'에서는 배경이
달키(Dalkey)입니다.  달키에 가면 달키섬에 가보는 것도
좋습니다.  달키에서는 길 이름도 소렌토(Sorento)입니다.
나폴리에 가보신 분이면 아시겠지만 글쎄, 잘 모르겠군요.
바람과 바다,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입니다.  킬라이니와
달키는 바로 옆이고 더블린 시내에서 가깝습니다.  아마
기차타고 시 중심에서 한 20여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아일랜드 연풍(Widow's Peak)'이란 비디오를 봤습니다.
킬쉐논(Kilshannon)이란 설정이라 리머릭(Limerick)을
중심으로 쉐논 강을 따라 아일랜드 지도를 훑어 보지만
찾지 못했습니다.  하기는 지어낸 이름인지도 모르죠.
그런데 처음은 꼭 킬케니(Kilkenny) 주 이니쉬티그
(Inistioge) 같군요.  쿠나헨 부인 차가 돌다리를 지나
오른쪽 다시 왼쪽으로 베어가면 두툼한 석물이 선 조그만
잔디 광장이 뒷섭니다.  검은 노르(Nore) 강과 우드스톡
(Woodstock) 공원 사이 이니쉬티그는 작은 마을입니다.

이렇게 영화를 보는 것도 사뭇 즐겁습니다.  하지만 영화
속 아일랜드가 정말 아름다운 듯 싶어 우울합니다.
아일랜드에 가고 싶습니다.  아일랜드를 떠돌던 한 달,
짧지만 참 행복했습니다.  우씨, 진짜 가고 싶은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