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앉아보니

[책] 마이클 부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마이클 부스 Michael Booth,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 글항아리, 2018

 

북유럽이라기에 손에 쥐었다. 몇 쪽 넘기지 않았음에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 즐거웠다. 그런데 어쩐지 내내 불편함이 있었는데 문장이 꽤나 낯설었기 때문이다. 딱히 무엇을 가려 지적하기도 그렇지만 번역체라 그런가 아무튼 읽기가 편하지 않았다. 진짜 문제는 간혹 글이 사리에 맞지 않고 기존에 알던 역사적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의문이 깊어진 나머지 결국 원문을 찾고야 말았다. 혹시 저자가 착각한 부분이 있는가 싶어서다. 그래서 지금 오역에 대한 얘기를 하려고 한다.

일단 검색부터 해보니 이 책의 오역에 대한 글을 올리신 분이 계셨다. 머리말 정도라면 '아마존'에서도 미리보기로 볼 수 있다.

https://asnever.blog.me/221228074339

해당 영어 원문은 아래 사이트에서 미리보기 할 수 있었다.

https://bookshout.com/ebooks/the-almost-nearly-perfect-people

 

-------

The Kalmar Union of 1397 was an historic high point for the Danes, with the then queen, Margaret I, ruling a loosely unified Norway, Sweden, and Denmark. The union held for over a century until, in 1520, the then Danish king, Christian II, rashly beheaded around eighty Swedish nobles in the so-called Stockholm Bloodbath, something of diplomatic faux pas.

p.35

1397년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3국의 국가 연합인 칼마르 동맹이 있었다. 이때는 덴마크인에게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순간이었으며, 덴마크의 엘리자베스 1세라고 할 수 있는 마르그레테 1세 여왕이 느슨한 연합관계를 유지하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를 지배했다. 칼마르 동맹은 100년 넘게 유지되다가 1520년 당시 덴마크 왕이던 크리스티안 2세가 소위 스톡홀름 대학살에서 스웨덴 귀족 80명에 둘러싸여 무참히 참수 당하면서 해체되었다.

▶ 영어 원문과 한글 번역문 스타일이 꽤 다르다. 원문에 없는 '엘리자베스 1세'란 부분을 추가 했다. 여기까지는 번역자의 선택. 문제는 내용인데 몇 번 읽어봐도 정작 죽은 사람은 크리스티안 2세. 원문은 크리스티안 2세가 스웨덴인 80여 명을 죽였다는 내용.


In 1801 a British fleet, with Nelson as second in command, attacked the Danish navy anchored outside Copenhagen to prevent it from falling into French hands. The British returned in 1807, this time bombarding Copenhagen itself for three days, resulting in the deaths of as many as two thousand locals and the destruction of a good part of the city. This is supposedly the first ever bombardment of a civilian target; even the British media were critical at the time- and, in fact, the attack had the opposite effect of that intended, forcing the Danes in to the arms of the French.

p.37

1801년 영국 함대는 넬슨 부사령관의 지시로 코펜하겐 외곽에 닻을 내린 덴마크 해군을 공격해 덴마크가 프랑스의 손에 넘아가는 사태를 막는다. 영국은 1807년에 다시 돌아왔고, 이번에는 사흘간 코펜하겐을 포격해 코펜하겐 시민 2000여명을 죽음에 이르게하고 도시의 상당부분을 파괴했다. 사상 최초로 민간인을 목표로 한 폭격이었을 것이다. 당시 영국 언론조차 이를 비판했으며 실제로 그 공격은 덴마크를 프랑스의 손에 넘기려는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 앞에서는 덴마크와 프랑스가 손 잡을까봐 공격했다더니 뒤에서는 두 나라가 손 잡게 하려고 포격했다니 앞 뒤가 맞지 않는다. 나폴레옹의 대륙봉쇄령.


Hans Christian Andersen

p.41

한스 크리스티안 아네르센

▶ 외래어 표기법 원칙에 따르면 '아네르센'이지만 관용에 따라 '안데르센'으로 적는 게 맞다. 외래어 표기법 용례집에 나오는 내용. 사실 덴마크어 발음 그대로 하자면 '아너슨'이 더 가깝겠지만.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127079
http://kornorms.korean.go.kr/main/main.do

 

- 이렇듯 초반부터 걸리는 부분이 있다보니 여기까지만 읽고 한동안 책을 놓았었는데, 아쉬움일까, 다시 잡고 말았다. 건너뛰며 그냥 쭉 보다 보면 결국 다 읽는다.  재미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