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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보니

[책] 고은, 남과북

고은, 남과북, 창작과비평사, 2000


p.59

조치원


남 고자질하는 사람이 없는 들녘
허술한 장사아치인들
허술한 나그네인들
먹을 양식 싸가지고 가지 않아도 되는 들녘
떠날 제비 드높이 있고
가을은 왜 그다지도 마음 가득한지
그곳을 경부선 호남선이 지나간다
지나갈 뿐
한번도 그곳에 내려본 적 없이
죄스러워라

조치원역 정년퇴직 앞둔 금테모자 역장이
맨드라미 화단의 플랫홈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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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문 자리에서는 늘, 지나간 것들은 참 빠르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