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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보면

덴마크 여행기(2010) - 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 01 - 가는 길

덴마크 영화 '해브넨 Hævnen(복수 Vengeance, 영어제목: In a Better World, 2010)'을 보았다. IMBD에서 촬영지를 찾아 지명을 따라 읽다가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딱히 화면 속 장소를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닌만큼 기분이겠지만 순간 퓐 Fyn 섬의 스벤복 Svendborg 에서 부터 토싱에 Tåsinge 섬을 지나 랑에랜드 Langeland 섬을 잇는 9번 도로가 한 눈에 잡혔다. 섬이라지만 이들 사이에는 다리가 놓여있다. 같은 2010년 이라니... 영화는 그렇게 추억속 여행이 되었다.

굳이 어리석은 질문을 해보자면 이렇다. '사랑'을 가장 '사랑'답게(?) 하는 것은 뭘까? 열정? 믿음? 희생? ^^ 불꽃같은 사랑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중 '열정'을 기리는 말일테고 더우기 이 생에서 그 끝이 '그리고 그 둘은 오랫동안 행복하게 잘 살았다'가 아니라면 더더욱 짙고 강렬한 여운을 남기게 마련이다. 2010년 8월 여름 '엘비라 마디간'과 '식스텐 스파레'의 무덤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배경 음악 선율이 마음에 길게 남는 유명한 스웨덴 영화 '엘비라 마디간 (Elvira Madigan 1967)'의 그 '엘비라 마디간' 말이다. 무덤은 퓐섬 남쪽 작은 섬 토싱에 Tåsinge에 있다. 참고로 퓐섬은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고향으로 그 중심도시인 오덴세 Odense에는 그의 생가가 있다. 그리고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라는 거 잊지 마시길...

묘지위치 구글지도링크 : https://goo.gl/h8DHhL

현지인의 차를 이용했다. 대도시가 아닌만큼 렌터카가 아무래도 편하지만 대중교통편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일단 퓐섬의 스벤복까지는 열차가 다닌다. 스벤복에서 930번 버스를 타고 토싱에섬 정류장 룬뷔 Lundby / Sundbrovej 에 내리면 교회 묘지까지 멀지 않다. 코펜하겐에서 열차로 온다면 뉘복 Nyborg에서 930번 버스로 바꿔탈 수 있다. 지금 검색해봐도 달라진 건 없었다.

덴마크 대중교통편 검색 : rejseplanen.dk

스벤복 Svendborg을 네이버에서 검색했더니 '덴마크 슬로시티 Cittaslow'란 톱클래스 잡지 기사가 떴다. 우리나라에서 슬로시티는 주로 산속이나 외딴 섬에 있는 작은 시골 마을이라 조금 괴리감을 느꼈다. 스벤복의 해안가 집들은 덴마크에서도 부자들이 사는 곳이라 들었기 때문이다. 코펜하겐으로 치자면 샬로텐룬 Charlottenlund 같은. 뭐, 그만큼 여유가 있는 삶이란 뜻으로 읽었다. - 스벤복과 토싱에는 모두 같은 기초자치단체인 스벤복 코문 Svendborg Kommune에 속한다. Kommune은 우리나라로 치면 '시/군'이다. 여기서 말하는 건 스벤복 '군'이 아니라 스벤복 '구/읍'이다.

퓐섬과 토싱에섬 사이 바다 스벤복 해협에 놓인 멋진 다리 스벤복순보호엔 Svendborgsundbroen을 건너 9번 도로를 따라가다가 묘지에 가기 전에 우선 들린 곳이 있다. 가는 길 왼편에 있는 브하이닝에 교회 Bregninge kirke 다. 브하이닝에 교회에서는 무조건 첨탑 꼭대기에 올라봐야한다. 당연히 유료. 근데 지키는 사람도 없고 결국 내는 사람 맘이다. 반전은 일단 올라가보고 나면 기꺼이 헌금을 내게 된다는 거. 그만큼 전망이 시원하고 참 좋았다. 추천.

멀리 보이는 다리가 Svendborgsundbroen

교회 옆에는 토싱에 박물관 Tåsinge Museum이 있다. 작은 박물관으로 안내 포스터를 보면 엘비라 마디간 관련 내용이 주요 전시물인 듯 보여 들어가지 않았다. 처음 덴마크 왔을 때는 가는 족족 매번 들어가고 올라가고 했었는데 실망한 적이 더 많았다. 이제 웬만해서는 그러지 않는다. 토싱에섬 관광의 축인 발데마스 성 Valdemars Slot 에도 들어가지 않았고 트혼세 Troense 는 해변길을 달리며 차창밖으로 스쳐 보기만 했다. 덴마크가 처음이라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다. 여행책자에 따르면 GrønnegadeBadstuen 거리에서 옛 집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해변길에서 들어간다.

교회를 나와 9번 도로를 계속 따라가다 보면 길 오른쪽으로 Elvira Madigans Vej 란 표지가 나타난다. '엘미라 마디간 길'이란 뜻이다. 여기서 우회전해 조금만 들어가면 목적지인 래느 교회 Landet kirke 가 나오는데 이 교회 묘지에 이 두 사람이 묻혀있다. 가기는 중간에 작은 길 skovballevej 로 갔지만 큰 길 위주로 이렇게 따라가는 게 쉽다. 대충 토싱에섬 중간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