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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가다

조천변 그리고 6월



교행(交行)


조치원이나 대전역사 지나친 어디쯤
상하행 밤열차가 교행하는 순간
네 눈동자에 침전돼 있던 고요의 밑면을 훑고 가는
서느런 날개바람 같은 것
아직 태어나지 않은 어느 세계의 새벽과
네가 놓쳐버린 풍경들이 마른 그림자로 찍혀 있는
두 줄의 필름
흐린 잔상들을 재빨리 빛의 얼굴로 바꿔 읽는
네 눈 속 깊은 어둠
실선의 선로 사이를 높이 흐르는
가상의 선로가 따로 있어
보이지 않는 무한의 표면을
끝내 인화되지 못한 빛이 젖은 날개로 스쳐가고 있다


- p.13, 류인서, 그는 늘 왼쪽에 앉는다, 창비시선 243, 창비,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