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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보니

[책] 당 투이 쩜,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당 투이 쩜, 안경환 역, 지난 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The Diary Of Thuy Tram, 이룸, 2008


p.145 , 1969년 6월 25일

투언이 검은 두 눈동자를 반짝이며 내게 조용히 말했다.  "누나, 인생이 너무 짧지?  그렇지?  우리가 영원히 눈을 감을 때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p.252, 1970년 6월 18일

해질 무렵이 되자, 제트기와 정찰기의 시끄러운 소리도 멈췄다.  저녁의 정글에 갑자기 무서운 적막감이 돈다.  산새 소리도, 사람 소리도 없고,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와 트랜지스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뿐이다.  노래 제목은 모르겠다.  단지 저녁 이슬에 젖은 고요한 벌판처럼 감미롭고 부드러운 음악에 빠져 있을 뿐이다.  갑자기 나는 모든 것을 잊었다.  요 며칠 동안 나를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분위기가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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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투이 쩜은 1970년 6월 22일 미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이 책은 한국군과도 관계있는 월남전 당시 북베트남군으로 참전했다 사망한 여의사 당 투이 쩜의 일기다. 

한 겨울에 벌거벗고 지낸다는 것도 미친 짓이지만 한 여름에 털코트를 몸에 두르는 일 역시 그에 못지않다.  게다가 여름이면 마음에서 그 겨울이 멀고 다시 겨울이 돌아오면 그 여름이 아득하다.  묻고 싶다.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지?  어느날 소리가 끊어진 자리에서 한 노래를 보았다.  문득 모든 것이 사라진다.  내내 걷고 있다.

책을 덮자마자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의 '100편의 사랑 소네트'를 읽고 있다.  이 시들은 모두 마틸데 우루티아 Matilde Urrutia 에 대한 그의 사랑을 읊은 것이다.  그녀는 그의 세번째(!) 부인이다.  사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