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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보니

[책] 불자(佛子)라... 2. 잡아함경(雜阿含經) - 화경(花經) : 꽃향기

잡아함경(雜阿含經) 50권 1338 화경(花經), 고려대장경 K.650 / 대정신수대장경 T.99
김월운 역, 잡아함경 5권, 동국역경원, 2006, pp.517-520
동국역경원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잡아함경(雜阿含經) 50권 1338 화경(花經)16), pp.2116-2119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다른 어떤 비구가 구살라국 인간 세상에 있는 어떤 숲 속에 머물고 있었다.  그 비구는 눈병을 앓고 있었는데 스승에게서 발담마(鉢曇摩)꽃의 향기를 맡으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 때 그 비구는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나서 발담마꽃이 핀 못 가로 가 못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향하고 앉아 꽃향기를 맡고 있었다.  그 때 그 못을 맡고 있던 천신(天神)이 비구에게 말하였다.

  "왜 꽃을 훔치는가? 너는 곧 향기를 훔치는 도적이다."

  그 때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꺾지도 않았고 빼앗지도 않았으며
   그저 멀리서 꽃향기만 맡았을 뿐인데
   나를 향기 훔치는 도적이라고
   너는 지금 어찌해서 그런 말을 하는가?
  
  그 때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구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 것17)
   세상에서는 도적이라고 부른다.
   너는 지금 사람이 주지 않는데
   스스로 한결같이 갖기만 하네.
   이야말로 진실로 이 세상에서
   향기 훔치는 도적이라 하리라.
  
  그 때 어떤 장정이 연뿌리를 캐어 한 짐 잔뜩 무겁게 짊어지고 갔다. 그 때 비구는 그 천신을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지금 저 장정 같은 이는
   저렇게 분다리(分陀利)꽃을 꺾고
   뿌리를 캐어 무겁게 지고 갔으니
   그는 곧 간사하고 교활한 사람이다.
   너는 어째서 저것은 막지 않고
   나더러 향기를 훔친 도적이라고 하는가?
  
  그 때 그 천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미치고 어지럽고 간교한 사람은
   마치 유모의 검은 옷과 같거늘
   구태여 그에게 말해서 무엇하리
   마땅히 너에게나 해당되는 말이니라.
  
   그의 가사(袈裟) 더러움이 잘 나타나지 않고
   검은 옷은 먹물을 칠해도 더러워지지 않네.18)
   간사하고 교활하며 흉악한 사람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은 그와 더불어 말하지 않네.
  
   파리 다리로도 흰 비단은 더럽혀지니
   밝은 이에겐 적은 허물도 나타나는 법
   마치 먹으로 흰 구슬에 점을 찍듯이
   아무리 작아도 모두 다 드러나네.
  
   항상 그를 좇아 깨끗하기 구하고
   결박 없애고 번뇌를 여읜 이에겐
   비록 털끝 만한 나쁜 일이라 해도
   사람들은 그것을 태산처럼 크게 보네.
  
  그 때 그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그 말이여
   이치 있는 말로써 나를 편안케 하네.
   너는 부디 언제나 나를 위하여
   자주자주 그런 게송을 말해다오.
  
  그 때 그 천신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나는 네가 산 하인도 아니요
   또한 남이 너에게 준 자도 아니거늘
   무엇 때문에 항상 너를 따를 것이며
   자주자주 너에게 말해야 하리.
   너는 이제 스스로 여러 가지의
   이익 되는 일을 알아야 한다.
  
  그 때 그 천자가 이 게송을 말하자, 그 비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혼자 고요한 곳에서 정신을 집중하여 사색한 끝에 온갖 번뇌를 끊고 아라한이 되었다.

<주>

*  이 소경은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9번째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하다.
17) 이 부분의 글 내용이 좀 이상하다. 고려대장경 원문의 "불구이불사(不求而不捨)"에서 맨 앞의 불(不)자가 송(宋)본에는 자(自)자로 되어있고, 『별역잡아함경』 제16권 29번째 소경에는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취하거나 시주가 주지도 않은 것을 취하면[不問其主取 檀越不施與]"로 되어 있다.
18) 이 부분이 『별역잡아함경』에서는 "그대는 깨끗한 옷과 같아서 조그만 점 하나만 찍어도 쉽게 더러워진다[汝如白淨衣 易受其点汙]"라고 되어 있다.


동국역경원 한글대장경 검색시스템, 별역잡아함경 16권 29:358, pp.708-712

  그 때 또 어느 한 비구가 구살라숲에 있었는데, 눈으로 보는 것이 밝지 못하여 의원을 불러서 물었다.  의원이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연꽃의 향내를 맡으면 눈이 도로 밝아질 것입니다.”

  그 비구는 그 말을 믿고서 즉시 의원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느 곳에서 그 연꽃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의원이 곧 대답하였다.

  “당신이 연꽃의 향내를 맡고 싶다면, 마땅히 연꽃이 있는 못에 가야 합니다.”

  그 비구는 의원의 말대로 연꽃이 있는 못에 가서 단정히 앉아 향내를 맡고 있었다.
  그 때 천신(天神)은 비구의 그와 같은 모습을 보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못 가운데에서 생긴 그 꽃이
  향기가 매우 향기롭고 꽃다운데
  당신은 전혀 주인을 보지도 않고
  어찌하여 꽃의 향기를 훔칩니까?
  
  당신이야말로 지금 이 시기에
  참으로 도적이라고 하겠습니다.
  큰 신선이여, 당신은 무엇 때문에
  그 꽃의 향기를 훔치고 있습니까?
  
  비구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천신이여, 그대는 알아야 하나니
  연꽃이 못 속에 나 있는데
  나는 뿌리와 줄기를 상하지도 않고
  또한 그것을 훔치지도 않으면서
  
  다만 멀리서 향기만을 맡고 있거늘
  무슨 인연으로 말미암아서
  향기를 훔친다고 말하는 것이오?
  나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소.
  
  천신이 또 게송으로 말하였다.
  
  못 안에 향기로운 꽃이 있는데
  그 주인에게 묻지 않고 취하니
  단월(檀越)이 주지 않은 것을 취하면
  세상 사람이 도적이라고 말합니다.
  큰 신선이여, 당신은 향기를 훔쳤으니
  도적질한 죄가 일단 형성되었습니다.
  
  그 때 어떤 사람이 와서 그 못 속에 들어가 낫으로 연의 꽃과 뿌리와 잎을 베어서 잔뜩 지고 가 버렸다.  비구는 그것을 보고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사람이 못 속에 들어가서
  꽃과 뿌리와 잎을 뽑고 베어
  낭자하게 마구 짓밟고서
  무겁게 잔뜩 지고 가거늘
  어찌하여 그것을 못하게 막으면서
  '너는 도적놈이다'라고 말하지 않소?
  
  천신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못 속에 들어간 그 사람은
  항상 나쁜 업만 짓나니
  비유컨대 젖먹이의 어미가
  검은 옷을 입고 있으며
  온갖 침이 흐르더라도
  그것을 더럽다고 욕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희고 깨끗한 옷이라서
  더러움과 때 타기가 쉽나니
  그러므로 당신에게만 억제하고 금할 뿐
  그 사람에 대해선 막지 않는 것이니 
  나쁜 사람이 검은 옷을 입는 것과 같아서
  악을 지으나 꾸짖지 않습니다.
  
  곱고 흰 옷에 검은 점 있으면
  마치 파리가 붙은 것과 같아서
  세상 사람이 모두 다 봅니다.
  
  만일 어질고 슬기로운 이가
  조그마한 작은 허물 있으면
  그 비유가 역시 그와 같아서
  흰 옥에 검은 점 있는 것을
  사람들이 멀리서도 다 봅니다.
  
  만약 번뇌를 다 끊어 버리면
  모든 업이 다 깨끗해지는데
  터럭만한 악이라도 있으면
  사람들은 언덕이나 산처럼 봅니다.
  
  비구가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천신이 지금 나를 이익케 하고
  나를 구제하고자 하기 때문에
  나를 볼 적마다
  자주자주 나를 깨우쳐 주네.
  
  천신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당신은 돈과 재물로써
  나를 살 수도 없으며
  또는 다른 나라를 깨트려서
  포로로 잡을 수도 없습니다.
  
  손해와 이익을 당신 스스로 알지니
  누가 당신을 따르면서 깨우칩니까?
  온갖 손해와 이익에 대한 것을
  당신은 지금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대정신수대장경 大正新脩大藏經 잡아함경(雜阿含經) 50권 1338 화경(花經)
송 천축삼장 구나발타라 한역 劉宋 求那跋陀羅譯

   (一三三八)

 如是我聞。 一時。
佛住舍衛國祇樹給孤獨園。 時。有異比丘在拘薩羅人間。
止一林中。時。彼比丘有眼患。受師教。
應嗅缽曇摩花。時。彼比丘受師教已。
往至缽曇摩池側。於池岸邊。迎風而坐。隨風嗅香。 時。
有天神。主此池者。語比丘言。何以盜華。
汝今便是盜香賊也。 爾時。比丘說偈答言。
 不壞亦不奪  遠住隨嗅香
 汝今何故言  我是盜香賊
爾時。天神復說偈言。
 不求而不捨  世間名為賊
 汝今人不與  而自一向取
 是則名世間  真實盜香賊
時。有一士夫取彼藕根。重負而去。 爾時。
比丘為彼天神而說偈言。
 如今彼士夫  斷截分陀利
 拔根重負去  便是姦狡人
 汝何故不遮  而言我盜香
時。彼天神說偈答言。
 狂亂姦狡人  猶如乳母衣
 何足加其言  宜堪與汝語
 袈裟污不現  黑衣墨不污
 姦狡兇惡人  世間不與語
 蠅腳污素帛  明者小過現
 如墨點珂貝  雖小悉皆現
 常從彼求淨  無結離煩惱
 如毛髮之惡  人見如泰山
時。彼比丘復說偈言。
 善哉善哉說  以義安慰我
 汝可常為我  數數說斯偈
時。彼天神復說偈言。
 我非汝買奴  亦非人與汝
 何為常隨汝  數數相告語
 汝今自當知  彼彼饒益事
時。彼天子說是偈已。彼比丘聞其所說。
歡喜隨喜。從座起去。獨一靜處。專精思惟。
斷諸煩惱。得阿羅漢。


대정신수대장경 大正新脩大藏經 별역잡아함경 別譯雜阿含經 16권 29:358

(三五八)

 爾時復有一比丘。
在俱薩羅國依止彼林。眼視不明請醫占之。醫語之言。比丘。
若能嗅蓮華香眼還得明。彼比丘即信其言。
又語之曰。我於何處得斯蓮花。醫即答言。
汝若欲得蓮花香者。當詣蓮花池所。
時彼比丘即用其言。至彼池所端坐嗅香。
爾時天神見其如是。即說偈言。
 池中所生華  香氣甚馝馥
 汝都不見主  云何偷花香
 而汝於今者  真實得名盜
 大仙汝何故  而盜於彼香
比丘說偈答言。
 天神汝當知  蓮華生池中
 我不傷根莖  亦不偷盜取
 但遠嗅香氣  以何因緣故
 名為偷香者  我不受此語
天神復說偈言。
 池中有香花  不問其主取
 檀越不施與  世人名為盜
 大仙汝偷香  一向成盜罪
時有一人來入此池。
以鎌芟截蓮花根葉重負而去。比丘見已。復說偈言。
 斯人入池中  斬拔花根子
 狼籍而踐蹈  重擔而齎歸
 何故不遮彼  語言汝盜取
天神說偈答言。
 彼人入池者  恒作於惡業
 譬如乳兒母  而著於黑衣
 雖有諸唌唾  都不見污辱
 汝如白淨衣  易受其點污
 是故止制汝  不能遮于彼
 惡人如衣黑  造惡不譏呵
 鮮白上有點  猶如蠅腳等
 世人皆共見  設諸賢智人
 有少微細過  其喻亦如是
 珂貝上黑點  人皆遠見之
 若斷結使者  諸業皆潔淨
 有如毛髮惡  人見如丘山
比丘復說偈言。
 天今利益我  為欲拔濟故
 隨所見我處  數數覺悟我
天神說偈答言。
 汝不以錢財  而用市我得
 又不破他國  虜掠見擒獲
 損益汝自知  誰逐汝覺悟
 汝今應自忖  諸有損益事


012


< 인터넷 자료 출처 >

1) 한글대장경:

동국대 역경원
http://www.tripitaka.or.kr

동국대 전자불전ㆍ문화재콘텐츠연구소
http://ebti.dongguk.ac.kr

2) 대정신수대장경:

중화전자불전협회 中華電子佛典協會 CBETA
http://www.cbeta.org/

3) 고려대장경:

고려대장경연구소
http://www.sutra.re.kr

고려대장경 지식베이스 시스템 검색
http://kb.sutra.re.kr/ritk/index.do

...............

늘 이 경이 걸린다.  어려서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조금 오바(!)하는 구석이 있다.  마치 출가 수행자도 아니면서 오신채(五辛菜)를 가려 먹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  게다가 중요한 것은 오신채만 가려먹는다고 바른 수행자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온갖 나쁜 짓 다 하면서 절만 한다고 바른 수행자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마음을 조복하는 것이 우선이겠지.  불자라면 먼저 사람이 되고 볼 일이다.  내가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새 해에는 사람이 되었으면 싶을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