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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보니

[책] 이광수, 원효대사

이광수, 원효대사, 서울:우신사, 1981, pp.342 ~ 346

산하대지(山河大地)와 사생고락(死生苦樂)이 내 마음의 조작이라
콩 심거 콩이 되고 팥 뿌려 팥 거두니
인과응보(因果應報)가 내 뒤 따르는 양
몸 가는데 그림자요 소리에 울림이라
업보의 끄는 힘이 황소두곤 더 세어라
눈 깜박 하는 결에 마음에 이는 생각
아뿔싸 천만 겁(千萬劫)에 사생고락 씨가 되니
어허 두려운지고 인과응보 두려워라

그러나 인과일래 범부도 성인 되네
천지가 넓다 해도 선(善)을 위해 있사오매
터럭 같이 작은 선도 잃어짐이 없을러라
방울방울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루듯이
날마다 작은 공덕 쌓아 큰 공덕 되니
하잘것없는 몸이 무상보리(無上菩提) 이루는 법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道)을 밟아 적선함이로다
어허 고마운지고 인과응보 고마와라
 
석가여래 아니시면 이 좋은 법 어이 알리
삼천 대천세계 (三千大千世界) 바늘 끝 만한 빈 데 없이
목숨을 버리시며 겪으신 난행고행(難行苦行)
나를 위하심일세
악도에 떨어질 몸 무궁락(無窮f樂)을 얻는 법을
정녕히 설하시니 팔만 사천 법문이라
문 따라 들어가면
백무일실(百無一失)하게 도피 안 하오리라
어허 무량(無量)할손 부처님의 은혜셔라

팔만대장경이 모두 다 불법이라
경중(輕重)이 있을소냐 어느 경 하나라도
수지(受持) 독송(讀誦) 하는 중생 반드시 악취(惡趣) 떠나
불지(佛地)에 들어가리
일념수희(一念隨喜)한 공덕도 만겁적악(萬劫積惡) 깨뜨리고
사구게(四句偈)를 믿는 신심(信心) 삼계에 대법사(大法師)라
경권(經卷)있는 곳이 부처님 계신 데요
경을 읽는 중생 부처님의 사자(使者)로다
어허 중생들아 경을 받아 읽었으라

절이 없을진댄 불법 어디 머무르며
남녀승 아니런들 뉘 있어 법 전하리
그러매로 절을 짓고 성중(聖衆) 공양 하였으라

헐벗고 배 고픈 이, 옷과 밥을 주었으라
앓는 이 구완하고 약한 이 도와주니
모두 보시행(布施行)이로다
재물이 없다 한들 몸조차 없을건가
이 몸 타고나기 도(道) 닦자는 본원(本願)이니
도 위해 쓰고 버림 진정 소원이 아닌가
제불인위시(諸佛因位時)에 국성처자(國城妻子)보시하니
이 몸의 두목신체(頭目身體) 보시 않고 어이하리

신명(身命)을 바칠진댄 더 큰 보시 있을소냐
물살도음(勿殺盜淫) 하는 일을 지계(持戒)라 일러 있고
남 미워 아니함을 인욕(忍辱)이라 불렀으며
정업정명(正業正命) 근행함을 정진(精進)이라 하시옵고
마음 굳게 잡아 잡념 망상 다 떼이고
가을 하늘 맑은 듯이 무애삼매(無碍三昧) 닦는 법을
선정(禪定)이라 하거니와 모두가 마하반야바라밀(摩訶般若波羅蜜)의 길이로다
만행(萬行) 어느 것이 육도(六度) 아님 있으리만
제 힘에 믿는 행을 힘 다하여 닦았으라
팔만 사천 법문 어느 문 아니리
신심 굳게 가는 중생 구경 성불 하오리라

어버이 크신 은혜 모르는 이 있으리만
스승의 고마우심 아는 이 그 뉘런고
부처님이 본사(本師)시고 보살님네 대사로다
한 가지를 배웠어도 스승 공경 하였으라
나라님 아니시면 어느 땅에 발 붙이리
효도인들 어이하며 불법인들 닦을소냐
그러매로 군사부(君師父)는 일체라고 일렀도다
임금께 충성할 제 목숨을 아낄소냐
효도를 하는 길에 도 닦음 으뜸이라
아들 딸이 쌓은 공덕 다생 부모 제도하네

먹고 입고 쓰는 것이 모두 중생 수고로다
입에 드는 밥 한 알을 절하고 먹었으라
사중은(四重恩) 못 갚으면 극락을 바랄소냐
군사부 중생은(衆生恩)을 수유(須臾)나 잊을세라
한 숨 두 숨 쉬는 숨이 은혜 갚는 맹세로다

성인은 그 누구며 범부는 그 누구냐?
유정(有情) 무정(無情)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
한 마음으로 나톤 중생 불(佛) 아닌 이 어디 있나
미(迷)할 제 범부러니 깨달으니 불이로다
지옥 천당이 내 마음의 지은 바라
삼독(三毒)오욕(五慾) 벗어나서 무상보리 닦을진댄
생사윤회 끊었거니 악도를 두릴소냐
세상에 박복한 이 누구 두고 이름인가
불법을 못 듣는 이 그를 두고 이름이라
다생 악업장(惡業障)이 도이 이목(耳目)을 가리우니
불법 속에 살면서도 못 보고 못 듣는다

업장을 떼는 법이 예불 참회 고작이라
섭률의(攝律儀) 섭선법(攝善法)이 업장을 녹이더라
철통 같은 묵은 업장 일조에 터지는 날
광명 일월 넓은 법계 자유자재 내로구나

불도를 닦는 사람 무엇으로 알아내노
얼굴에 빛이 나고 몸에서 향내 나네
마디마디 기쁨 주고 걸음걸음 꽃 피어라
자비심을 품었으니 노염 미움 있을소냐
청정행을 닦았으니 거짓을 끊었어라
오욕번뇌 멸한 사람 제천(諸天)이 공경커든
요마한 악귀 무리 거들떠나 볼 것이냐

송경염불(誦經念佛)하는 중생 선신이 옹호하니
물에 들어 안 빠지고 불에도 아니 탄다
한 중생 초발심(初發心)에 법계가 진동하고
은밀한 작은 행도 하늘에 적히도다

불법을 닦는 집이 그 모양이 어떠한고
큰소리 성난 모양 꿈엔들 보일 건가
신명이 도우시고 불보살이 지키시니
자손이 창성하고 부귀공명 하오리라

불법을 닦는 나라 그 모양이 어떠한고
백성은 다 충신이요 아들딸은 효자로다
악귀가 물러가고 선신이 모여드니
우순풍조(雨順風調)하고 국태민안(國泰民安) 하다
선업 닦은 중생들이 이 나라에 원생(願生)하니
제상선인(諸上善人)이 구회일처(俱會一處)라
 
산 모양 들 모양도 얼굴을 변하고
날짐승 길버러지 악심을 떼었으니
현세 즉 극락이라 이 아니 보국(報國)이냐
어허 기쁜지고 지화자 좋을시고
법고(法鼓) 둥둥 울려 한바탕 춤을 추자

...............


이광수가 1942년 <매일신보>에 연재한 소설 <원효대사>에서 삽입한 글이다.  출처에 대한 설명 없이 이 글만을 원효대사의 <인과의 노래>라는 등의 제목으로 인용한 페이지들이 인터넷에 많다.  아마도 친일 작가인 저자의 이력으로 인해 벌어진 일이 아닌가 싶다.  아래 인용한 <주간불교>의 글은 다시 한번 이 글의 출처를 자세하게 밝히고 있는데 다만 내용이 실제 <이광수전집>에 실린 것과 좀 달랐다. 

국립중앙도서관에는 세 가지 <이광수전집>이 있었는데 둘은 '삼중당(1963년/1971년)'에서 나머지 하나는 '우신사(1979년)'에서 간행한 것이다.  삼중당 1971년 본과 우신사 본은 서로 차이가 없고 삼중당 1963년 판은 편집이 좀 다르다.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작가의 이 소설은 지금까지 여러 출판사 본으로 나와있다.

친일 신문에 연재한 소설 전체에 대한 분분한 논의들과는 별개로 이 노래는 참 좋은 글이다.    

.......

<문(門)> 주간불교 편집국 (발행일: 2002/07/20) 
   
산하대지와 사생고락이 내 마음의 고작이다.
콩 심으면 콩이 되고, 팥 심으면 팥을 거두니
업보의 끄는 힘이 황소보다 더 세구나.
눈 깜빡하는 결에 마음에 이는 생각
아뿔사 천만 겁에 고락의 씨가 되니,
어허, 두려운지고 제 마음의 고삐를
단단히 잡았구나. 석가불 아니시면
이 이치를 어떻게 알겠는가. 영겁의 난행고행
우리들 위하심이 고공무상 가여운 몸
상락아정하는 법을 정녕히 설하시니
팔만 사천 법문이라. 이 문 따라 들어가면
백무일실 도피안을 어허, 고마운지고
불보살의 넓고 크신 은혜로다.
절이 없을진데 불법이 어디 머무르며 남승 여승이 아니었던들
누가 있어 법을 전하였겠는가. 그러므로 절을 짓고
성중공양 하였구나. 이웃에 가난한 이,
지나가는 불쌍한 이, 헐벗고 배고픈 이,
옷과 밥을 주었구나. 앓는 이 구완하고.
약한 이 도와주고, 남을 위해 하는 일이
모두 보시행이 아니겠는가. 재물이 없을 진데
몸까지 없을 것인가. 이 몸 타고 난 것
도를 닦고자 하는 것이 본원이니, 도 위해 쓰고 버림
진정 소원이 아닌가. 국성처자 없을 진데
두목 신체를 보시하라. 신명을 바칠 진데
더 큰 보시가 있겠는가. 물살도음하는 일을
교계라고 일러 있고, 남을 미워 아니함은
인욕이라고 불렀으니, 정업 정명 근행함을
정진이라 하옵고, 이 마음 굳게 잡아
잡념 망상 다 떼어내고 추천일벽 정무운
무애 삼매 닦는 길을 선정이라 하거니와
모두가 마하반야 파라밀의 길이로다.
팔만 사천 법문 어느 문은 문 아니리.
신심 굳게 갖는 중생 구경성불 하오리다.  

〈동국대 국문과〉
 
이 작품은 이광수가 1939∼1942년 사이에 쓴 것으로 여겨진다. 그의 소설 《원효대사》에 이 작품이 삽입가사로 쓰였기때문이다. 《이광수전집》에 실려있는 것을 임기중이 가사체로 띄어쓰기로 정리한 것이다. 원래 이광수의 미발표 시첩 《내 노래》에실려 있던 것이다.

.......

이광수 전집, 19권, 삼중당, 1963, pp.297 ~ 302
이광수 전집, 9권, 삼중당, 1971, 국립중앙도서관 원문 DB, pp.578 ~ 579
이광수 전집, 9권, 우신사, 1979, pp.578 ~ 579



山河大地와 死生苦樂
내 마음의 造作이라
콩 심거 콩이 되고
팥 심거 팥 거두니
業報의 끄는 힘이
황소보다 더 세어라
눈 깜빡하는 결에
마음에 이는 생각
아뿔사 千萬劫의
苦樂의 씨가 되니
어허 두려운지고
제 마음 고삐를 단단히 잡았어라
석가불 아니시면
이 이치 어이 알리
영겁의 난행고행
우리네 爲하심이
고공무상 가여운 몸
상락아정하는 법을
정녕히 설하시니
팔만 사천 법문이라
이 문 따라 들어가면
백무일실 도피안을
어허 고마운지고
불보살의 넓고 크신 은혜로다.
하물며 아미타불
무량한 대원력은
삼계 모든 중생
하나도 아니 빼고
극락정토에
왕생케 하심이니
나무아미타불
육자명호 부르는 이
現世安穩 후세극락
정령코 의심 없네
이 문이 무슨 문고
염불정토 문이로다
팔만대장경이
모도 다 불법이라
어느 경 하나라도
수교독송하는 중생
반드시 악취 떠나
불지에 들어 가네
일념수희하는 공덕
만겁적악 깨뜨리고
사구게를 믿는 신력
그만으로 대법사라
경권 있는 곳이
부처님 계신 데요
경을 읽는 중생
諸佛의 使者로다
열이 없을진댄
불법 어디 머무르며
남승 여승 아니런들
뉘 있어 법전하리
그러매로 절을 짓고
성중공양 하였으라
이웃에 가난한 이
지나가는 불쌍한 이
헐벗고 배고픈 이
옷과 밥을 주었으라
앓는 이 구완하고
약한 이 도와주고
남을 위해 하는 일이
모다 보시행 이니라
재물이 없을 진댄
몸조차 없을것가
이 몸 타고 난 것
도 닦자는 본원이니
도 위해 쓰고 버림
진정 소원이 아닌가
國城妻子 없을진댄
頭目身體 보시하라
身命을 주을진댄
더 큰 보시 있을소냐
勿殺盜淫하는 일을
敎戒라 일러 있고
남 미워 아니함은
인욕이라고 불렀으며
정업 정명 근행함을
정진이라 하시옵고
이 마음 굳게 잡아
잡념 망상 다 떼이고
秋天一碧靜無雲
무애 삼매 닦는 길을
선정이라 하거니와
모도가 마하반야
바라밀의 길이로다.
만행 어느 것이
육도 아님 있으리만
제 힘 믿는 행을
힘 다하여 하였으라
팔만사천법문
어느 문은 문 아니리
신심 굳게 가는 중생
究成佛 하오리다.  

(미발표시첩 <내 노래> 소재)